북한에 최근 들어 반미(反美) 열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미국의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발표 이후 핵문제에 초점을맞추던 북한의 대미 비난이 최근들어서는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 중유제공 중단, 군사분계선 월선문제, 남한 여중생 사망 사건 및 미군병사 무죄판결 등 다각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한동안 선전전(宣傳戰)으로 치달아 소강상태를 보이던 핵문제도 최근 남한내 반미여론 등에 힘입어 또다시 공세적인 태도롤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최근호(11.29)는 북한 외무성대변인이 지난달 21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중유공급 중단 결정과 관련한 비난담화 발표 이후 북한 내에서 대대적인 반미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한은 주민들의 반미사상 고취를 위해 평양에 있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과 황해남도 신천군의 반미교양 장소인 신천박물관 등에 대한 참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들은 지난달 초 평양에서 진행된 '전국원군(援軍)미풍열성자대회' 참가자들의 활동상을 집중적으로 다뤄 선군사상도 고양하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불가침조약 체결 제의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고 중유제공 중단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북한은 KEDO의 중유제공 중단결정을 '미국의 체계적인 북.미 기본합의문의 불이행, 위반행위의 하나'로 보고 있다. 외무성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우리는 이번 합의문이 완전히 깨어지게 된 책임한계를 명백히 그어야할 때가 왔다고 인정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북한에서는 이번 미국의 핵문제 제기를 "그 성격과 목적, 위험성에서 지난 90년대의 '핵소동'을 능가하는 최악의 반공화국 적대시, 핵압살 책동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미국이 불가침조약 체결제안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조선을 공격할 정치.군사적 명분을 쌓으려는 사전공작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고조선신보는 전했다. 더욱이 북한은 미국에 의한 '핵전쟁 위험'을 내세워 반미 자주화와 민족단합을크게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중앙위원회는 '전 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 "미국이 핵문제를 걸고 정세를 전쟁국면에로 몰고 가고 있을뿐아니라 북남 철도 및 도로연결공사까지 방해해 나서는 등 조선민족이 화해와 통일의길로 나가는데 대해서도 가로 막으려 하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특히 여중생 사망사고와 관련한 미군의 무죄판결에 반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조선민주법률가협회, 조선학생위원회, 교육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등이 성명과 담화 등을 미국을 규탄했으며 각급 학교 규탄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언론매체들도 미군병사에 대한 무죄판결은 "식민지 강점자의 오만무례한 횡포이며 우리 민족의 생명과 존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라며 남한 주민들의 반미투쟁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곳곳에 '모두 다 조국보위 초소에로!' '우리 당의 선군정치는 필승불패이다' 등의 국방강화를 호소하는 '선전화' 등을 내걸고 반미결의를 다지도록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