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계획(WFP)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당분간 북한에 대한 추가식량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미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관계자들은 미 정부의 이런 조치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의 비밀핵개발계획과는 무관하며, 예산 압박의 결과라고 밝혔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국은 이미 올해계획분 전부를 북한에 보냈다"면서 "새로운 비상식량지원계획이 언제 마련될지 아는바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 인구의 3분의1에 대한 식량을 공급해오고 있는 WFP는 지난주 북한에 대한 추가식량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발표했었다. WFP는 일본을 포함한 주요식량원조국들이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지난 2개월 동안 북한의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300만명에 대한 식량지원이 중지됐으며, 내년초까지는 추가로 160만명에 대한 지원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그동안 대북 식량지원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을뿐 핵개발계획 같은 문제의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으며, 이번 경우도 같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어떤 정치적인 조건이나 연결고리를 마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에 대한 긴급식량지원 호소에 응하지 않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이미 경제적으로 파탄상태인 북한에 대한 새로운 압력으로 보여진다고분석했다. 대북 식량지원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개발국(AID)은 미국이 WFP의 새로운 대북식량지원 호소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미국은 올들어지금까지 15만5천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다. 해리 에드워즈 AID 대변인은 "미국은 올해 이뤄질 추가지원이 감시체계와 배급받는 사람들에 대한 접근의 개선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측에 이미 통보했다"면서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북한측이 아직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이 WFP의 추가식량지원 호소에 응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의회가 2003년도 세출안들을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미국정부는 올한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나머지 부족분은 다른 국가들이 채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WFP의 제럴드 부커 대변인은 지원된 식량이 당초 계획했던 사람들에게 제대로 공급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감시체계에 개선이 이뤄졌다면서, 이런 개선징후는 감시활동을 위한 방문과 6천 가구를 대상으로 한 영양상태조사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