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북한 경제시찰단의 방한은 북한이 힘을 쏟고 있는 화학공업ㆍ농업ㆍ경공업ㆍIT산업ㆍ도시건설 등을 남한에서 배우려 한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 7월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내놓은 뒤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지정하는 등 경제개혁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찰단의 방한은 남한의 경험을 배워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려는 북한 당국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게한다. 시찰단 구성원이 장성택ㆍ김히택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송호경 아시아ㆍ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상징적인 인물을 제외하고는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기획하고 이끌어 가는 실무진으로 구성돼 있는 점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시찰단에 박봉주 화학공업상, 박규홍 조선락원무역총회사 총사장, 림명욱 농업성 건설국장이 포함된 것은 식량 증산에 절실한 비료생산, 새로운 농업경영시스템도입, 생필품 생산 총력 경주 등의 경제정책과 연관지어 풀이할 수 있다. 박 총사장이 이끄는 조선락원무역총회사만 하더라도 각종 식품, 신발, 플라스틱연필, 가방 등을 수출하고 식품원료, PVC직물, PP레진, 폴리비닐 등을 수입하는 회사로 산하에 여러 현대적 경공업공장이 있다. 따라서 최근 주민생활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 분야 실무진의 방한을 통해 남한의 선진경영과 기술을 살펴보고 이를 북한의 실정에 맞게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기획하는 국가계획위원회 인사 중 단장을 맡은 박남기위원장 외에 김광린 책임참사가 시찰단에 포함된 데는 남한 경제를 둘러보고 이를참고해 경제 전반을 새롭게 설계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가계획위원회 최홍규 계획화방법론 국장이 24일 내년 초에 북한의 장기 경제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의 입안 방식과는 달리 실질을 중시한 내용이될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고창림 수도건설위원회 기술국장이 시찰단에 포함된 것은 최근 북한이 평양시 중심지를 대대적으로 재개발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들어 지난 60년대 초 건설된 뒤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평양역으로부터 평양대극장에 이르는 영광거리를 새로 조성하고 있으며 함경남도 함흥시 등 주요도시에 대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홍서헌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과 김철호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과학대학 부학장의 방한 역시 이른바 `21세기 과학기술강국'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 IT강국인남한을 모델로 삼고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