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1일 단행한 '7.11 개각'은 임기말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중립내각의 모양새를 갖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권력형 비리와 서해교전 사태에 따른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김 대통령은 이와 함께 신임 총리서리의 국회 인준을 무난하게 받아내는 문제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 총리 임명에 대해서 한나라당 등 정치권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개각은 또 정치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데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다. 김 대통령은 이번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요구해온 총리 교체를 수용했으며 특히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교체를 요구한 총리와 법무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중 행정자치부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을 바꿨다. 지난 2년2개월간 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해온 이 총리를 교체한 것은 정치권의 중립내각 요구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다. 송정호 법무부장관을 교체한 것은 송 전 장관이 김홍업씨와 관련한 '선처압력설' 등 구설수에 휘말린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일하는 실무형' 또는 '전문가'를 대거 발탁한 것도 특징이다. 김정길 법무부장관의 재기용은 실무형 인사를 내각에 포진시켜 임기말 국정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국정 운영 의지가 담겨져 있다. 한국통신(현 KT) 사장을 지낸 이준 전1군사령관의 국방부장관 임명과 이상철 KT사장의 정보통신부장관, 김호식 국무조정실장의 해양수산부장관, 김진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국무조정실장 기용 등도 실무형에 무게를 두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행정경험이 풍부한 김진표 실장을 장 총리서리의 근접거리에 포진시킨 것은 내각을 흔들림없이 이끌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개각에서도 참신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동일한 자리에 재기용하는 사례가 다시 나타나 인물난에 허덕이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김정길 신임 법무부장관은 현정부 들어 두번째로 같은 자리에 기용됐다. 지난번 개각때 신국환 산자부장관이 재기용된 후 두번째 일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