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서해교전 사태를 계기로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북한 경비정에 대해 강경대응 지침을 하달한 가운데 유엔군사령부의 교전규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유엔사가 남북 양측에 대한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고, 유엔사의 교전규칙이 특수한 여건에 처한 한반도 상황에서 발생하는 군사 충돌사건에 대한 군 작전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유엔사의 교전규칙은 가장 기본이 되는 작전규칙으로 볼 수 있으며, 합동참모본부와 해군 등은 이 규칙의 정신과 개념을 살려 가이드라인(대응절차)을 정한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사의 한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비밀문건으로 관리되고 있는 유엔사 교전규칙(AROE:Armistice Rules of Engagement)은 전.평시로 구분되는데 우리 군의 작전지침과 같은 단계적인 대응절차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평시 AROE는 남북한 교전 사태가 발생할 경우 확전을 막고,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자위권 행사를 명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는 유엔사의 고유 기능을 고려해 적용된 규칙으로, 우발적 도발을 자칫 '확전'으로 치닫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고 유엔사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전협정 체결이후 북한이 저지른 수많은 도발에 대해 이같은 정신에 기초한 교전규칙이 없었다면 이미 재앙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합참의 작전예규는 북한 선박과 미식별 물체가 서해 특정수역(NLL)을 넘을 경우 '경고방송-시위기동-차단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등 단계적인 대응절차를 설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서해교전 이후 지휘관지침에 의거,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3단계로 축소한 작전지침이 일선부대에 이미 하달됐다. 이 지침이 북측 함정의 뱃머리 해상에 실탄을 사격하는 등 '경고의미'가 강하다는 군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유엔사 교전규칙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는 게 국방관련 NGO(비정부기구)의 시각이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6월 북한상선이 국제통항로인 제주해협을 관통한 사건을 예로들어 이 사건이 재발할 경우 군함이 아닌 상선에 이같은 작전지침을 적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 군의 3단계 대응지침이 하달된 이후 일부 연합사 소속 미군 장성들도 사석에서 우려하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 미군 소식통은 전했다. 따라서 외교.안보적으로 미묘한 NLL수역에서의 강경대응 방침은 극히 단선적인 대안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