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화제의를 수락하고 협상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에 남한에 대한 종전 약속 사항들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8일자로 보도했다. 미국 서부 유력지인 LA 타임스는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지난주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이후 외국 언론으로서는 처음 가진 회견에서 김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이처럼 촉구했으며 민감하기로 유명한 북한 정권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하면서도 북한의 (대화 재개) 지연에 대해 분명한 실망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은 바버라 데믹 LA 타임스 서울지국장과 약 1시간에 걸친 회견에서 "북한은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부시 행정부가 진정으로 대화를 바라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북한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분류한 것을 듣고 놀랐음을 시인했으나 북한 문제에 관해 부시 대통령과 실질적인 의견차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내가 처음에 이런 인용문구(악의 축)를 들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의미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했지만 그런 특정 용어를 사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한미간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을 양국 정상들이 어떻게 해소했는지에 관한 막후 협상 사례를 소개하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한때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지목했지만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둬 결국 문제해결에 성공했음을 부시대통령에게 상기시켰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 지도층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잘 알고 있지만 대화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전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나는 우리가 북한에 관해 순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데에 실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남북대화 재개 전망에 관해 "이것 (북한이 부시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남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 사태발전이 곧 올 것이라는 징후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의 참여 없이 남북한 간의 협상만으로 많은 것을 성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은 체제 안정과 경제회복이며 미국은 이런 것들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지난 50년 간 이룩한 모든 것이 재로 변할 것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40시간의 방한을 마무리하면서 "북한 지도층에 대한 견해를 바꾸지는 않았으나 대화는 매우 열망했다"며 "부시 대통령도 남한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전쟁을 원치 않는 것을 이해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남한 정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위험한 미사일 기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해결하되 대화를 통해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이 존중하지 않고 있는 많은 약속들, 즉 이산가족 상봉, 경의선 복원 및 남북 연결 고속도로 건설, 휴전선 인근 공단 설치, 남한 관광객 비무장지대(DMZ) 횡단 허용,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을 열거하며 실망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은 내가 아직 한국의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일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며 "그것은 적어도 그들에게 (한국의) 차기 정권과 계속추진할 수 있는 확고한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이 클린턴 전 미행정부 시절 있었던 것을 되돌아보는 것을 중단하고 부시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테이블 위에서 최선의 제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