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부터 3박4일간 서울에서 열린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조지 W.부시 미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뒤로 처져 있던 남북관계를정상화 시켰다는 점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우선 작년 12월 평양에서 제4차 장관급회담이 열린지 9개월만에,그리고 5차 장관급회담이 북측 사정으로 연기된지 6개월만에 열려 막혔던 남북간 대화채널이 뚫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북이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 발표와는 상관없이 이번 회담이열렸다는 것 자체가 남북관계의 큰 진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달 28일부터 3박4일간 평양에서 6차 장관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한 것은한반도 현안을 논의할 틀을 복구, 이 회담을 정례화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이번 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홍순영(洪淳瑛) 통일부 장관은 회담에 앞서 '장관급회담의 정례화'를 강조한 점은 중단된 남북대화 재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이번 회담에서 남북 양측 대표단이 보여준 유연한 협상 자세는 남북간 화해분위기를 고양시키는데도 도움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홍순영 남측 수석대표와 김령성 북측 단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담의 '성과'를 강조하며 성실한 회담 자세를지적한데서 그러한 분위기를 읽을수 있었다. 여기에다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빠져있던 동안 산적했던 교류.협력 사업들을 푸는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말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내달 16일부터 2박3일간 서울과 평양에서 갖기로 함에 따라 1천만 실향민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이산의 아픔을 달랠 기회를 다시 찾게 됐다. 또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내달 4일 갖기로 합의함에 따라 현재적자 투성이인 금강산 관광사업의 정상화 내지 활성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육로 관광과 이를 위한 동해안 도로 연결 문제가 군사분계선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북측은 끝까지 회담 시기를 명문화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남측의 집요한 요구로 결국 공동보도문에 담게 됐다는 후문이다.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내달 23∼26일 재가동되는 대목도 남북간 경제협력에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서는 북측이 제기한 전력협력 문제, 동해 어업협력사업 등을 비롯해 경의선 철도.도로연결, 임진강 공동수방사업, 가스관 통과 문제 등을 논의함으로써 `남북상생'의 기틀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측이 계획했던 '반테러 선언'이 채택되지 못한점과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이번 회담의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경의선 철도.도로 복원과 금강산 육로연결을 위해 군사적 조치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명시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도 미흡한점으로 간주되고 있다.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내부사정을 고려해 이 정도 선에서 합의한 것"이라며 "군사문제도 남북 양측간 협의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봉조(李鳳朝) 남측 회담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는 각종 하위 회담의 개최에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지난6개월의 남북관계 소강상태를 극복하고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해 남북관계를 새롭게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