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은 16일 "지난 5월 외교통상부 장재룡 차관보와 미국의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담당 특사가 비밀협상을 통해 경수로 1기를 화력발전소로 대체하고 남한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서 3급 비밀로 분류된 ''한.미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협의결과''라는 6쪽짜리 보고서에 이같은 내용이 수록돼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미국은 경수로의 공기 연장으로 매년 중유 50만t을 5∼6년 이상 추가 공급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자 새로운 중유 제공을 위한 한.미.일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며 "그러나 한국이 이를 강력히 반대하자 미국측에서 화력발전소 대체 건설을 들고 나와 잠정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선섭 경수로기획단장은 "화력발전소 대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라 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 얘기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모색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도 "한.미 양국이 북한의 에너지부족 문제와 함께 화력발전 대체 문제를 검토해 본 적은 있지만 추진할 경우 많은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더 이상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남북협력기금의 방만한 운용을 집중 추궁하면서 기금법 개정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고 박재규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에 구성될 남북관계지원특위에서 기금법 개정이 논의되면 정부도 이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