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박태준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13일 오후 2시
45분께.

그러나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4시간후에 개각 내용을 발표했다.

그것도 발표시점을 오후 4시에서, 5시 30분, 6시 30분 등으로 계속 늦추다가
오후 7시 정각에 이르러서야 명단을 내놓았다.

한 실장은 그 전날까지만 해도 총리임명동의안이 통과되는 즉시 발표
하겠다고 말했던 터여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대해 한 실장은 "대통령께서 이번 개각때 물러나는 분들에게 연락을
취하느라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러나는 분들이 자리에 있지 않아 연락을 취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정권에서 교체되는 장관들이 언론을 통해 교체사실을 알고
서운해 했다는 감정을 배려했다는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한 실장은 또 "김대중 대통령이 박태준 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그동안
조율해온 개각 명단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리 지명 이후 생각해온 사람들을 즉흥적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부연 설명
이다.

또 하나 지연되는 이유는 총리의 각료제청권 때문이었다.

헌법에 규정된 법 절차를 밟아 위헌시비를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박 총리는 국회에서 인준동의를 받은 후 청와대로 들어가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어쨌든 4시간여 동안 개각발표가 늦어지면서 청와대와 과천 관가에 온갖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