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총풍" 사건과 관련, 한성기씨의 법정 진술을 계기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대한 소환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2일이 법정 처리시한인 내년도 예산안과 8일로 다가온
경제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1일 신임 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 당이
새출발하려는 시점에 맞춰 (여권이) 괴롭히고 공격하는 작태는 3김시대의
구태 정치로 굉장한 분노를 느낀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북한카드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한성기씨의 법정진술에 대해서도 "컴퓨터 자료입력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정면대응에 나섰다.

박희태 총무는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청문회 조사특위도 여야동수로 구성돼야 한다는 원칙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반면 국민회의 한화갑 총무는 "총풍수사는 검찰에서 알아서 할 일이며
이로 인해 정국이 경색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또 "청문회는 기존 방침대로 해야 하며 예산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 경제청문회 =한나라당은 이날 경제청문회 개최와 관련된 쟁점을 일괄
타결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었던 여야 총무회담을 거부했다.

벌써부터 여야총재회담에서 합의한 8일 청문회 개최는 실현되기 어려운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의 반발과 검찰의 소환조사 방침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이 총재가 정면돌파를 위해 청문회를 대여공세의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청문회 개최를 위한 각론에서도 여야간 현격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권은 국회 의석비율에 따라 특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특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거나 위원장을
야당에 할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증인채택 문제는 더욱 첨예하다.

국민회의 정균환 사무총장은 이날 "성역없이 증인을 세우겠다"고 말해
김영삼 전대통령 부자의 증인채택을 기정 사실화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노동법과 금융개혁법안 처리에
반대했던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총리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여권이 청문회 협상에 진척이 없다고 보고 국정조사계획서
를 본회의에 제출, 단독 처리할 경우 예산안 연계 투쟁 등 실력 저지에 나설
각오다.

한나라당은 이와함께 자신들이 주장하는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을
경우 청문회를 보이코트해 여권단독의 "맥빠진" 청문회가 되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여권은 이를 감안해 청문회 조사계획서를 단독처리하는 것보다 협상을
계속키로 방침을 선회,일단 정면충돌은 피한다는 구상이다.

이와관련 자민련 구천서총무는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지만 총무회담을
통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문회 협상은 개최 예정일인 8일 직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새해 예산안 처리 =1일 열린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은
총 5조원 규모의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 가급적 원안대로 처리하자는
여당과 큰 입장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정부 구조조정을 통한 1조~1조5천억원 <>공공근로사업과
특별취로사업에서 1조2천억원 <>사회간접자본(SOC)사업 투자우선순위 조정
으로 1조원 등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기부 및 제2건국추진위 지원 예산등 불요불급한 정치성 예산 3천억원,
구조조정 채권 금리를 11% 수준으로 낮춤에 따라 발생한 약 1조원의 예산
까지 포함하면 총 5조원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계수조정소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박종근의원은 "새해 예산에서 이같은
삭감요인이 있지만 고용창출과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만큼 총
85조7천9백억원인 현 예산규모는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5조원의 예산을 SOC투자 및 주택경기 부양, 수출업체 및
중소기업 지원, 농어촌 지원 예산 등으로 사용하도록 항목을 전면 재조정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여당의원들은 새정부들어 처음 짜여진 예산인 만큼 가급적 정부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회의 간사인 조홍규의원은 "각 부처에서 부별 심사를 통해 2조2천억원
규모의 조정 요구가 있었지만 정부 예산안이 합리적으로 짜여진 만큼 예산
항목을 조정하더라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