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대전으로 이전한다고해서 좋아지는 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통계청은 경제정책국 및 국민생활국과, 관세청은 세제실과, 조달청은
국고국 및 국민생활국과 각각 긴밀한 업무협조가 필요한데 이들이 서로
떨어져 있음으로해서 얻을수 있는 장점은 없다고 봅니다"

8개 외청 등의 대전청사 이전에 따른 효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재경부의
한 간부가 고개를 저으며 내뱉은 말이다.

비단 그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대전청사 이전은 상당기간 숱한 문제점을
노정할 전망이다.

공무원 개개인의 일신상 불편함에서부터 부처와의 업무협의, 대 민원인
관계 등등 보이지 않는 비효율과 낭비가 곳곳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문제점들이 언제 어떤 형태로 불거지느냐에 따라 청사이전의 의미는
그만큼 퇴색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업무 기능을 무시한채 청단위는 무조건 대전으로
이전시킨다는 기준이 잘못됐다고 공무원들은 지적한다.

업무영역이라든가 소관 부처간의 협조관계를 면밀히 검토한뒤 기능적으로
이전 관청을 정했어야 하는데 일률적인 잣대를 댔다는 것이다.

만약 청 단위를 모두 내려보내기로했다면 국세청은 왜 안내려보내는지
궁금하다는게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정부청사가 세종로와 과천 대전으로 3분화된데 따른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

대전 청장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서울로 와야한다.

차관회의에도 참석해야하고 경제 차관 간담회도 있다.

가을 정기국회라도 열리면 더 심하다.

최악의 경우 9월부터 12월까지는 사실상 "청장 부재"상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재에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이에 대해 팩스나 전화,화상회의 시스템 등을 통해 해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관료들의 업무스타일을 보면 그게 아니다.

지금도 세종로와 과천간에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설치직후
시험했을때 단 한번 써봤을 뿐이다.

아직도 서류위주, 대면위주의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전청사에도 화상회의시스템이 있지만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지는 두고
볼일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적잖은
규모의 "서울 잔류팀"을 두려는 움직임이다.

핵심부서인 정책국을 서울에 파견형태로 두기로 한 중기청이 단적인 예다.

중기청은 그 이유를 "부처간 정책협의를 원활히 하기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결과 중기청 인력중 실제 내려가는 인원은 당초예정 2백76명 가운데
2백명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청사이전에는 사실 이상론과 현실간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같은 대의에 따르면 어느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하더라도
대전으로 내려가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행정서비스의 실수요자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를
외면하는게 바람직하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이전론자들은 "이 논리야말로 수도권 집중을 초래한 장본인"
이라며 "그렇게되면 지역균형발전은 영원히 이룰수 없을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문제의 초점은 기형적인 행정 분산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그 결과는
제로섬도 아닌 마이너스섬 게임으로 나타날수 있다는 데 모아진다.

이때문에 청사 이전은 ''혁명적 차원''에서 밀어붙였어야 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설사 대전으로 가더라도 "지역 동화"라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대전시민들은 지난날 지역민과 어울리지못해 "별동부대"로 불렸던
대덕연구단지를 기억한다.

공무원들이 그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를 대전시민들은 기대한다.

"대전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해 가슴으로 지역민과 동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는 대전상공회의소 한만우회장의 말에 대전시민들의
당부가 압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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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반

<>김화주 사회1부차장(반장)
<>최승욱
<>김호영
<>차병석
<>대전주재=백창현차장
<>남궁덕
<>이계주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