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개혁관련법안을 둘러싼 정치권 정부 청와대의 움직임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선 정치권은 한달앞으로 다가온 대선생각뿐이다.

이 법의 처리과정에서 행여 표를 잃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먼저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신한국당은 노동법날치기의 후유증이 재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고 두
야당은 이런 아픈 곳을 꿰뚫고 "한번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신한국당은 여당일까, 야당일까 정체성이 없다.

"중앙당의 입장이 뭐냐"는 신한국당의원의 물음이 이를 반증한다.

국민신당에서 유일한 재경위소속의원인 한이헌 정책위의장은 당정책을
대변하기는 커녕 얼굴도 내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여당없는 "설움"만 읊고 있다.

청와대의 한 수석은 3당원내총무와 재경위소속의원들에게 전화해 아쉬운
소리를 늘어놓고 재경원은 "벼랑끝에 선 경제"를 뒤로 한채 강경식 부총리를
비롯 관계국실직원 수십명을 국회에 상주시키는 등 연일 법안처리에 매달려
있다.

일국의 부총리가 17일 오전 어렵게 일정을 잡아 야당 당사를 찾았을 때
그가 들어야했던 소리는 당책임자의 "이제 그만 가보라"였고 또 금융기관
노조원들의 "결사반대"였다.

따지고보면 금융개혁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대통령임기를 1년 앞두고 새 "개혁"을 시작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임기말에는 논란이 예상되는 입법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는 외국의 관행을
들 필요도 없다.

대선싸움이 치열해지면 불을 보듯 뻔한 국정의 표류를 고려치 않은
누군가의 "과욕"이었을 뿐이다.

지금 누가 개혁의 주체인가.

아무튼 우리 정치권과 정부는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같다.

노동법 "날치기"가 악몽이었듯 정권말의 개혁도 쉽지 않다는 것을.

지난 14일 밤 11시께 상임위처리가 어렵게 된 것을 확인한 강부총리의
독백도 훗날 제2,제3의 강부총리와 같은 악역이 나타나는 것을 막는데
참고가 될 듯하다.

"정치가 뭐길래"

허귀식 < 정치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