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정치개혁입법
특위가 활동시한을 40여일 남겨놓고서도 특위위원 구성조차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여야가 특위 구성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신한국당측이
"민주당도 대선후보를 내는 만큼 "대선의 룰"을 정하는 정치개혁 입법에
당연히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민주당이
참여할 경우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게 돼 협상이 어렵게 된다"며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여야가 한자리씩 양보, 민주당과 무소속의원을
각 1명씩 특위에 포함시키자는 안을 신한국당이 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여당몫을 늘리려는 발상"이라며 "특위위원은 교섭단체를 기준으로 여야
동수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국민회의는 실제로 무소속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여당성향
인사로 판단, 신한국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의 관계자도 "정치개혁입법 특위에서는 교섭단체위주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민주당이 특위에 참여할 경우 야당입장을 제대로 들어주겠
느냐"며 "민주당이 참여하는 특위에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단일안이
표결로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민주당 배제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특위의 표류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가 독자적인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있어 정치권에서는 어떤 방식이든 조만간 특위 구성문제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선관위 등에서는 선거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오는 9월10일까지 여야
단일안을 확정해 줄 것을 재촉하고 있는데다 이번 선거에 개정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대통령 선거 2개월전인 10월18일까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도 협상타결의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