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탐색전" 수준에 머물고 있던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국면이
"실전상황"으로 돌입했다.

범민주계보인 정치발전협의회가 민주계 대선주자인 김덕룡 의원과 이인제
경기도지사의 "출전"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민주계 내부의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

또 박찬종 이홍구 이한동 고문과 김덕룡 의원 이인제 지사 등 비주류
대선예비주자 5명은 18일 회동, 이회창 대표측의 경선준비과정에 "집단이의"
를 제기할 태세다.

이에 따라 전체틀로 보면 이대표측과 반이회창 진영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 최대계보인 민주계내 "DR(김덕룡 의원 영문약칭) 대 반DR"
의 힘겨루기 결과가 상당히 가변적인 영향을 미칠 아주 복합적인 경선구도로
바뀌고 있다.

대선예비주자간 "교통정리"와 합종연횡 과정에서 민주계가 독자후보를
내거나 제3의 인물과 제휴하는 다소 단순한 구도가 예상됐으나 이제 PK중심의
민주계와 DR이 서로 다른 주자를 택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발전한 셈이다.

후보난립과 이들간 갈등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않은 점은 사실이나
당내 시각은 조금 다르다.

후보가 난립한다는 것은 "절대강자"가 없다는 얘기고 이는 경선과정에서
합종연횡을 촉발시키고 후보들의 정치력을 드러나게해 자연스레 여권의
권력분점을 이룰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비주자간 갈등과 알력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반이회창 전선"형성 움직임은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반이회창진영의 "선봉장"인 박찬종 고문이 연일 이대표측에 "칼"을 들이대고
있고 이인제 지사가 15일 불공정 경선을 문제삼고 나선데 이어 16일엔 "신사"
로 정평이 나있는 이홍구 고문까지 가세했다.

이고문은 이날 여의도 당사로 이대표를 방문, 자신을 포함한 5명의 대선
예비주자들이 18일 만나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통보하고 이대표의 참석을
공식 요구했다.

이대표는 그러나 "당헌.당규 개정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예비주자
들이 별도의 모임을 갖는 것은 개정작업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대선예비주자모임을 소집하는 문제는 내게 맡겨달라"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고문 등 대선예비주자 5명은 이에 따라 이대표가 참석하지 않더라도 대선
주자예비회담을 강행, 이대표측의 경선준비작업이 공정 경선을 보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데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자들은 특히 이대표의 대표직 사퇴도 거듭 촉구할 것으로 보여
"대표직 사퇴 운운은 해당행위"라는 이대표측과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관련, 박관용 사무총장은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오는 19일 대선예비주자
진영의 관계자들을 초청해 당헌.당규 개정작업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
이라고 밝혔다.

사전에 준비된 행사라고는 하지만 반이회창진영의 대선예비주자회담 요구를
"격하"시킨 형태로 형식적으로나마 받아들이겠다는 제스처로 볼수 있다.

민주계 움직임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발협의 민주계 핵심중진들은 15일에 이어 16일에도 모임을 갖고 민주계가
현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의 중심역할을 하기 위해선 독자후보를 내지 않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당내에서 무시못할 지분을 갖고 있으나 대중적 지지도가 낮은 김의원의
경선 출마를 사실상 포기토록 하고 제3후보를 물색하겠다는 포석이어서 경선
구도에 중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계 한 핵심중진은 이날 "정발협의 최대 목적은 정권 재창출에 있는 만큼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수 있는 전국적 인물을 선택하려는 노력을
할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발협이 김의원을 모임에서 배제하고 이지사의 가입을 막으려는 것은
이들과 결별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서로 오해의 소지를 줄이자는데 참뜻이
있다"고 말했다.

서석재 고문은 이날 김의원을 만나 이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발협의 이같은 움직임은 김영삼 대통령과의 사전교감하에 이뤄지고
있다는게 민주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이미 지난 총선때부터 대선후보 낙점과 관련한
시그널을 보내왔다"며 "이대표와 박찬종 이홍구 이수성 고문 등을 영입하면서
민주계는 배제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서의원과의 회동에서 정발협 모임의 순수성을 이해하고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데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의원은 자신은 정발협 모임에서 빠지되 ''DR계''는 계속 참여시키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행동통일여부는 미지수다.

김의원 진영에서는 "정발협 창립과정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의원을 일방적으로 배제키로 한 것은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행보''가 불가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의원진영은 특히 정발협 참여회원 1백여명 가운데 50여명이 자파 세력으로
추산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동반 탈퇴하거나 소극적 활동을 펼칠 경우 정발협
운신의 폭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권핵심부의 한 관계자는 신한국당 경선구도와 관련, "객관적으로 볼때
현재로서는 이대표가 가장 앞서가고 있고 박찬종 이수성 고문이 맹추격하는
양상이나 누구도 승산을 낙관할수 없는 드라마틱한 승부가 연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대통령이 중립을 선언하긴 했으나 경선막판까지 "김심"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와관련해 민주계가 제3후보로 누구를 밀기로 결정
하느냐에 따라 결판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