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강력한 한국건설"에 이어 "새로운 광개토대왕시대"
를 대선화두로 꺼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총재는 6일 저녁 온양관광호텔에서 "한국정치의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의
충남포럼(이사장 장충식) 초청 강연에서 "과거 광개토대왕시대가 국토를 확장
시켰다면 지금 우리 민족에게는 세계속에서 영향력확대를 이룩할수 있는
새로운 광개토대왕시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또 "나는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거나 김영삼 정권이 잘못하기
때문에 우리 당을 지지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세계적 경쟁무대에서
민족의 지평을 넓히고 국민의 자존심과 생활을 향상시킬수 있는 포부와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우리에게 기회를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총재는 우선 이같은 발언을 통해 자신보다 앞서 충남포럼 초청으로 강연한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 이한동 고문에 비해 한단계높은 정치적 포부를 밝힘
으로써 자신이 다른 대선예비주자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음을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전 제시를 통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켜 나가면서 당면
현안에 매달리는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또 김총재가 이날 처음 밝힌 "광개토대왕론"은 12월 대선에서 본격 제시할
집권청사진의 일단을 보여준 것으로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지난 3월말 경제영수회담을 제의해 성사시키면서부터 나름대로 "경제"
이미지를 가꾸는데 효험을 봤다는 당내 평가를 수용, 이 이미지를 더욱 확대
재생산해 보겠다는 계산도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총재의 집권 청사진은 오는 13일 TV로 생중계되는 시민대토론회와 오는
26일 여의도 방송기자클럽초청 토론회, 그리고 대선과정에서 서서히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김총재는 최근 일련의 발언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4일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박지원 기획조정실장 등 간부들과 시내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충남포럼및 시민대토론회의 답변전략을 숙의하는 등
토론준비에 만전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김총재는 다른 한편으로 이날 야권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지난달 청양.홍성지구당개편대회(22일) 대전시지부개편대회(23일)
매헌문화제(29일) 등 1주일사이 3개의 충청지역행사에 잇따라 참석해 밝힌
"후보단일화를 위해 내각제도 논의할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이는 충청지역 연고의 신한국당 이대표가 지난달 15일 같은자리에서 "내각제
개헌은 현행 3김 정치구도의 정치세력구조를 온존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내각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과 정면으로 대비된다.

하지만 김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울 상반된 목표를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김총재는 후보단일화를 통한 공동집권과 이에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권력의
분산이 김총재가 추구하는 "강력한 한국" "새로운 광개토대왕시대"와 어떻게
결합할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해법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