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대선 예비주자들이 당내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재격돌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갈등의 양상은 당대표로서 엄청난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이회창 대표캠프와
같은 영입파로서 대중성에서는 이대표보다 다소 앞서지만 당내 지지세 구축
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박찬종 상임고문간의 대결을 양축으로 하고
있다.

우선 경선시기와 관련,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대표측은 7월10일께가 적절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고 박고문측은 아직 공정하고 투명한 경선의 틀도 마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당대회 개최시기를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맞서고 있다.

반 이회창 정서가 강한 이한동 이홍구 고문은 박고문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지난번 1라운드에서는 박고문과 이홍구 고문 등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대표가
전당대회 개최 일자를 비롯해 후보경선 관련 규정 등은 박관용 사무총장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자신은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발 후퇴, 일단락됐었다.

하지만 반 이대표 진영에서는 그동안 다른 건이긴 하지만 수차례 말을 번복
해온 이대표를 믿을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었고 결국은 박고문이 나서
이대표측에 분명한 입장을 발힐 것을 촉구, 제2라운드가 시작됐다.

박고문은 지난 21일 "대선주자들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는 경선일정을 강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함께 이대표는 경선전에 대표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고문은 이어 22일에는 경선일자 확정을 비롯한 당헌.당규 개정작업문제를
공론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선거운동방법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하고 경선공영제를 도입해 돈이
적게드는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고문은 또 경선후보들이 전국 시도 단위별로 세미나와 간담회 등을 통해
당원및 대의원들의 평가를 받을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대표측은 박고문이 민주계와의 제휴작업에 시간이 걸릴것을 계산하는 한편
일반대의원들이 자유투표를 할 경우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따른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제 이대표측도 전과는 달리 전당대회 일자, 경선전 대표직 사퇴, 민주계
포섭문제에 대한 당내 다른 차기주자들이 던지는 견제에 아랑곳 않고 정면
돌파를 시도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대표는 그동안 한보사태와 김현철씨가 조성한 정국 난기류 속에서도
물밑으로는 대선을 겨냥한 "대세 굳히기 작업"을 가장 치밀하게 추진해오고
있었다.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해서도 이대표의 한 측근은 "김영삼 대통령이 5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됐는데 7월이 조기라고 할수 없지 않느냐"고 공언
하고 있다.

이대표측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은 이대표 홀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당 소속의원 다수의 뜻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정국수습을 위한 소속의원 간담회에서 초선에서 중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이 후보 조기가시화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 이대표 진영은 이대표측이 조기 전당대회를 선호하는 까닭은 한보정국이
매듭지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대표가 낙마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대표측은 이같은 분석을 전면 부인한다.

이대표측은 대체로 김현철씨 청문회 출두, 검찰 재소환, 사법처리의 수순
으로 현 상황을 매듭짓고, 곧바로 경선정국으로 전환함으로써 정국을 돌파
하는 것이 여권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조기경선 반대와 함께 제기되는 경선전 대표직 사퇴 주장에 대해서도
"경선때 대표직 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측근은 사견임을 전제로 "대표직 유지문제도 전례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92년 김영삼 대통령이 경선때까지 대표최고위원직을 유지하지 않았느냐
는 얘기다.

이대표측은 이와함께 민주계와의 연대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대처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각개격파보다는 그들이 민주화에 기여한 점을 평가해 줌으로써 특정
인사에게로 세가 쏠리는 상황을 막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한 눈치다.

국회의 한보 청문회가 사실상 이번주에 끝나고 내주중에는 검찰의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가 매듭지어질 예정이어서 여권 차기주자들의 행보가 5월초순
부터는 본격적인 대선후보 경선전의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가운데 끊임없이 "불공정 경선시비"가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