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식 전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전조흥은행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11일
한보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는 은행들이 한보철강에 담보없이 거액여신을
쏟아부은 과정에서 이석채 전경제수석 등의 개입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의원들은 특히 이들 은행장이 지난 1월8일 은행단회의에서 ''선 주식담보
후 대출''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신 전행장이 이수석을 만난 후 한보철강
에 담보없이 1천4백33억원이 추가 대출된 경위를 추궁했다.

신 전은행장은 이날 한보철강이 자금난에 시달리던 올해 1월초부터 이석채
전수석및 이수휴 은감원장과 한보부도와 관련된 의견을 교환한 사실을 진술,
한보철강의 부도처리 과정에 이들의 의견이 어느정도 반영됐음을 시사했다.

신 전행장은 "1월 8일 오전 은행단 회의가 끝난 후 청와대에 들어가 이수석
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또 "이어 정태수씨를 만나 한보철강 주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더 이상 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1월8일은 한보철강 채권은행들이 회의를 열어 한보철강에 대해 "선 담보
취득, 후 대출" 조건을 결의한 날이다.

그러나 은행단은 신 전행장이 이수석을 만난후 가진 회의에서 이같은 결정
을 뒤엎고 담보없이 1천2백억원을 추가 대출키로 결정했다.

이와관련, 정태수씨는 지난 7일 청문회에서 "1월7일 조선호텔에서 신광식
행장을 만나 추가대출을 약속받았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또 신 전은행장을 만난 이유와 관련, "이석채수석을 1월(날짜는
확실치 않다고 진술) 만났더니 "신행장을 만나 보라"고 해 만났다"고 말했다.

이수석이 신행장에게 추가 대출토록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신 전은행장은 "청와대에 들어가 이수석을 만났으나 이수석이 가타
부타 말이 없었고 걱정만 했다"며 대출압력 의혹을 부인했다.

신 전행장은 또 "1월 22일 채권은행단 회의에서 한보의 주식관계를 언급
하면서 더 이상 지원이 곤란하다는 합의가 있었다"며 "또 마침 이수석이
"정태수씨가 주식경영권을 안 내놓으면 추가 지원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날은 한보부도가 있기 하루 전날이었다.

비록 은행장회의의 결정이 이수석의 의견과 일치했지만 이수석의 말이
은행장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쉽게 알수 있다.

또 그 전날인 21일 청와대 재정경제원 은행감독원 등 정부 관계부처가
대책회의를 가졌던 사실로 미뤄볼때 이수석이 대책회의 결과를 은행단에
통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임창렬 재경원차관이 22일 은행측에 앞서 정태수씨에게 한보의 부도를
통보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