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와 통일원 등은 북한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한국망명요청
사실이 발표된지 하루가 지난 13일 황의 망명절차 검토, 중국측과 외교적
교섭, 신병보호문제, 북한동향 주시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특히 황의 망명요청이 북한과 혈맹관계에 있는 중국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중국측 반응과 함께 북한의 방해공작 움직임 등을 체크하는등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 외무부 ]]]

외무부는 황장엽비서의 한국망명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성사시키기 위해
아.태국 중심의 실무대책반이 북경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머무르고 있는 황의
신병처리절차와 중국정부와의 협상대책을 숙의하는 등 분주하고 긴장된 모습.

유종하 외무장관은 이날 오전 김하중 장관특별보좌관과 유광석 아.태국장
등 주요간부들을 소집, 대책회의를 갖고 중국과 가진 1차 외교접촉 결과를
면밀히 분석.

회의에서 유장관은 14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
회의(ASEM)에 참석, 전기침 중국외교부장과 회담을 통해 황의 망명에 대한
중국당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논의했다는 후문.

외무부는 특히 중국측이 정치적 부담으로 황의 망명에 대한 최종판단을
미룰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수 있다고 보고 제3국을 경유한 입국방안과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 등 국제기구의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 등 여러 대응책
을 수립하는 모습.

한 당국자는 "정부는 중국측에 이미 황비서 등의 망명경위를 설명하고 협조
를 요청했다"며 "중국측 반응을 봐가며 우리의 대응방안을 결정하게 될 것"
이라고 설명.

이와함께 북한이 황비서의 한국망명요청을 "납치극" 등으로 선전, 방해공작
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미국 등 관련국에 외교적 협조를 구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


[[[ 통일원 ]]]

통일원은 외무부및 안기부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아래 향후 북한의
반응및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탈북자 처리문제 등에 대한 정부대책을 점검
하느라 부산한 움직임.

특히 통일정책실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및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대책을 마련중이며 정보분석실에서는 향후 북한의
예상반응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는 모습.

또 교류협력국은 이번 사건이 향후 남북경협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고 인도지원국은 황비서의 입국이후 처리문제및 국내
거주 가족들과의 소재파악및 연락업무로 분주.

통일원 관계자는 "황비서 망명사건으로 당분간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는 22일 파견될 경수로부지조사단의 파견및 대북지원
사업은 향후 북한의 태도를 보아가며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탈북자문제에 대한 정부대책의 총체적인
재점검이 요구된다"면서 "이와 아울러 북한체제 안정성과 권력구조등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