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글로벌 도시들의 명품 슬로건
1970년대 미국 뉴욕은 어둡고 불안하고 위험했다. 제1차 오일쇼크로 불황이 극심해 실직자가 30만 명을 넘었다. 범죄도 만연했다.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뉴욕주 당국이 1977년 시작한 공공캠페인이 ‘I ♡ NY’(아이 러브 뉴욕)이다. 짧고 단순한 슬로건, ‘love’라는 글자 대신 빨간색 하트가 들어간 로고의 힘은 강렬했다. 시민들에게 뉴요커라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고취했고, 도시에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을 발휘하게 했다. 캠페인 1년 만에 뉴욕의 관광 수입이 1억4000만달러 늘었다고 한다. ‘I ♡ NY’은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는 도시 브랜드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세계적인 도시마다 그 도시의 정체성과 비전을 한마디로 압축한 브랜드와 로고가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환락의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2002년 ‘I amsterdam’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나는 암스테르담이다’라는 직관적 문구에 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사랑이 담겨 있다. ‘Amsterdam’의 앞 글자와 겹치는 ‘am’을 생략한 것도 기발하다. 독일 베를린이 2008년부터 사용 중인 ‘Be Berlin’은 있는 그대로의 베를린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글로벌 도시의 비전을 영문 첫 글자 M으로 다양하게 변주하는 호주 멜버른도 주목할 만하다. 가우디, 피카소 등 천재 예술가들을 배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Barcelona is much more’, 창조산업 중심지인 영국 런던의 ‘Creative London’, 모든 사람의 요구에 ‘예스’라고 답하겠다는 친절 이미지를 담은 일본 도쿄의 ‘Yes, Tokyo’는 어떤가.

서울시가 그제 새로운 도시 브랜드 ‘Seoul, My Soul’을 선보였다. 영문 ‘Seoul’과 ‘Soul(마음)’을 하트(♡), 느낌표, 스마일 등의 픽토그램(그림문자)과 함께 표시해 주목도를 높였다. 하트는 서울을 향한 시민과 세계인의 애정과 관심, 느낌표는 새로운 경험과 영감, 스마일은 서울 어디서나 미소 짓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Seoul, My Soul’이 글로벌 도시들의 명품 브랜드·슬로건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롱런하기 바란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