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플랫폼 시대, 변호사의 고민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속 변호사에게 특정 법률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고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호사 광고를 제한한 변호사단체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광고가 필요 없는 변호사와 고객 기반이 없는 신진 변호사 간의 갈등이 로톡 사건으로 불거졌는데, 공정위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장벽 문제로 접근한 것이다. 변호사단체는 로톡이 금지된 변호사 중개알선업이라고 주장했지만 법무부에 이어 공정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플랫폼에 관한 법률문제에서 시장 진입장벽으로 인한 갈등은 오히려 쉬운 사례(easy case)인 데 비해, 해당 직역이 플랫폼에 적합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은 어려운 사례(hard case)로 분류된다. 필자는 로톡 사건을 어려운 사례에 해당하는 문제로 접근하고자 한다.

최근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무기로 지식검색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제한된 ‘관심 시장(attention market)’을 놓고 피 말리는 경쟁을 하는데, 소셜미디어와 이메일 등의 무료 서비스 제공이 대표적 수단이다. 이용자의 관심은 광고 수익과 제3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미끼가 되기 때문이다. 지식검색으로 뜬 구글은 시장 점유율 1% 확대를 위해 수조원을 쓴다고 한다.

우리나라 법률시장 규모는 숙박업 시장과 비슷한 7조원 내외로 알려졌다. 대기업 고객이나 변호사가 대규모로 투입돼야 하는 법률 분쟁은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송무 등의 법률시장에 한정해 보자. 빅테크나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이 수백·수천억원 정도에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인수하고 나아가 법률상담을 무료로 제공한다면 가입자가 폭증할 것이다. 점유율 확대를 생각하면 이 정도 투자액은 이들 기업에 크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다. 법률서비스가 미끼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아무리 변색했다지만 그 본령은 민법의 위임계약이다. 위임계약은 로마 시대 귀족들이 평민을 위해 변호한 것에 뿌리를 두는데 원칙이 무상계약이다. 다시 말해 돈을 받기로 하는 특약이 없으면 변호사 위임계약은 무료가 원칙이다.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항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제2항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처럼 변호사는 로마법에 뿌리를 둔 공익적 성격을 지닌 직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주변을 돌아봐도 변호사는 고사하고 법대생 하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유명한 변호사의 수임료는 말 그대로 억 소리 나는데, 어려운 법률문제에 봉착한 서민들이 플랫폼을 통해 상담받는 것을 변호사단체가 자체 광고규정 위반을 내세워 막는다면 우군을 모으기 어렵다. 변호사들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변호사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국민 처지에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변호사업이 거대 플랫폼의 미끼 상품이 되지 않도록 변호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할 것이다.

이 계절은 전국 로스쿨마다 법률가가 되고자 입학한 새 얼굴로 생기가 돈다. 또한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합격을 기다리는 졸업생이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플랫폼의 미끼 상품이 저들에게 어른거리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변호사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