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모처럼 호황을 맞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배를 만들수록 손해다. 지금 건조 중인 선박은 선가가 낮은 시기에 수주한 물량인데, 후판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546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최근 수주한 물량은 2~3년 후에나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에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런 판국에 하청노조의 불법점거 파업으로 벌써 6000억원이 넘는 손실까지 입었으니 앞날이 캄캄하다.

당장은 하청노조의 불법파업을 종식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대우조선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침몰 직전의 회사를 구하려고 국민 혈세(공적자금)를 12조원씩이나 퍼부었지만, 밑 빠진 독이 된 꼴이어서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합병됐더라면 생존 기반을 다질 수 있었겠지만, 유럽연합(EU)의 반대로 이마저 좌초됐다. 적자투성이 부실기업을 언제까지 정부(산업은행 지분율 55.7%)가 끌어안고 있을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하청노조의 파업이 해결되더라도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는 요원하다. 업계 1, 2위인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했지만 대우조선은 방만 경영과 비리로 얼룩진, 전형적인 주인 없는 회사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는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 조정, 임원 임금 반납 등을 통해 비용을 5조4000억원 줄였다. 한국조선해양(조선지주사)은 2014년 220%를 웃돌던 부채비율을 129.6%로 낮췄다. 인력 감축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3조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우조선 부채비율은 2013년 472%에서 올해 1분기 523%로 높아졌다. 9조327억원의 총부채 중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2조7000억여원이다. 지난해 4조4865억원을 벌고, 6조336억원을 원가로 지출해 원가율이 134.4%였다. 조선 빅3 중 가장 높다. 위험천만한 골리앗 크레인 점거 농성과 매각 반대 해외 원정 투쟁도 불사하는 강성 노조는 차치하더라도 5조원대 분식회계와 직원이 8년에 걸쳐 18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터졌고, 적자 와중에 수천억원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현 사장은 전 정권 알박기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 상황을 보면 국민 혈세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어 걱정이 앞선다. 회수한 공적자금이 한 푼도 없는데 말이다. ‘세금 먹는 하마’로 있는 한 독자 생존 가능성은 점점 멀어질 뿐이다. 더 늦기 전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면서 분할 매각이든 뭐든 주인을 찾아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년째 혈세로 연명해온 기업을 방치하는 건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