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주식 먹튀’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카카오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방지책을 내놨다. 경영진의 주식 매도를 상장 뒤 2년(임원은 1년)간 금지하고, 계열사들에 대한 그룹 통제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계열사 상장 일정도 전면 재조정키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지만 류영준 대표 퇴출에 이은 쇄신책으로 사태가 수그러들지 주목된다.

이번 카카오 사태는 ‘빅테크’로 불리는 국내 혁신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빅테크들은 혁신 기술로 단기간 인력과 자본을 빨아들이며 신흥세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을 가졌는가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카카오페이만 해도 상장 한 달 만에 대표이사를 비롯해 경영진 8명이 주식을 집단매도해 모럴해저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영진 주식 매도가 위법은 아니라고 해도, 그런 행동이 미칠 파장을 무시한 채 차익 챙기기에 급급해 소액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 것이다. “그동안 성장에 취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해명 그대로 커진 덩치에 걸맞지 않은 책임의식 부재가 근본 원인인 셈이다. ‘다른 빅테크들은 카카오와 다르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빅테크뿐 아니라 경제계 전반에 이런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전 경고를 묵살하고 ‘속도전’에만 매달리다 광주에서 7개월 새 두 차례나 대형 인재(人災)를 초래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수년간 이어져 온 내부 이상징후를 무시하다 2000억원대의 초대형 횡령사고를 냈다. 이같은 일부 기업의 어처구니없는 행태 탓에 반기업 정서가 수그러들지 않고,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정치권이 목청을 돋우는 게 현실이다.

기업의 존립기반은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다. 카카오, 현대산업개발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사회적 책임과 신뢰에 대해 곱씹어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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