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헝다그룹을 구할까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수 있을까. 헝다그룹은 중국 280개 도시에서 130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다. 300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지고 있다.

헝다가 은행과 채권 보유자들에게 진 빚은 885억달러에 달한다. 이미 헝다는 지난달 만기였던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최종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지만 헝다의 파산으로 가는 시간은 빨라지고 있다.

일부에선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비슷하다며 금융시장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번 사태는 부채가 많은 기업을 향한 경고에 가깝다. 헝다의 단기 부채는 중국 외환보유액의 약 1%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제금융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에는 4위 부동산 개발업체 룽촹을 포함해 부채가 급증한 수많은 부동산 회사가 있다.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의 채권 매도에 바쁘다. 중국은 자국 부동산 시장이 이대로 무너지게 내버려둘까.

투자 급증한 중국 부동산

일반적인 답은 다음과 같다. 중국은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은퇴 후 삶의 보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가계의 70%는 재산을 부동산에 투자한다. 홍콩 부동산 가격은 2004년 이후 세 배 이상 올랐다. 중국 본토 역시 비슷하다. 그것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은 부동산을 내칠 수 없다. 중국이 부동산 실패를 내버려두는 것은 미국에서 모든 이들에 대한 연금 지급을 취소하는 것과 같다.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중국은 대신 부동산 가치 하락을 10~20% 수준으로 조절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기업의 잇단 파산으로 촉발될 정치적 악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손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 달러 표시 채권들은 디폴트 위험에 처해 있다. 제너럴모터스(GM) 구조조정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가 벌인 일과 비슷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노동조합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헤지펀드에 손실을 감당하도록 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로 구성된 GM 채권단은 270억달러에 이르는 채권을 갖고 있었지만 GM 지분 10%만 받을 수 있었다. 반면 미국자동차노조(UAW) 펀드는 100억달러 규모의 채권으로 GM 지분 17.5%를 받았다.

헝다 파산 방관 어려울 듯

개인적으로는 헝다가 파산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헝다의 자산을 다른 개발자와 투자자들에게 빨리 매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부실 자산을 국유기업에 묻어두고 고통을 연장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본과 비슷하다. 수십 년 동안 일본 은행들은 대출을 갚을 의지가 없는 ‘좀비 기업’에도 자금을 빌려줬다. 디폴트 선언은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본 은행들은 서류상으로는 자산이 풍부해 보였지만 실상은 대출해줄 자본이 없었다. 일본의 장기 침체인 ‘잃어버린 30년’의 원인이다.

헝다 주가는 올해 75%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중국이 헝다의 실패를 방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퇴직 자산 손실을 본 중국인들의 분노를 감당할 것인가, 아니면 헝다의 손실을 메워주고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ill China Save Evergrand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