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인 국민의힘뿐 아니라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씌우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크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회 문체위 소위원회에서 문체부 1차관은 징벌적 손배를 규정한 외국 입법사례에 대해 “전례가 없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손배 하한액을 두는 데 대해서도 “과도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한 소위 회의 공개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법안 대안 내용도 표결 이후에야 야당에 공개해 놓고 “야당과 정부 측 의견도 들어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고 발뺌했다. 야당과 정부를 들러리 세우다시피 해놓고 거짓말까지 한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언론중재법안은 독소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을 부과한 것부터 그렇다. 허위·조작 보도는 형법의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고, 민법의 손해배상까지 인정하는 마당에 과잉·이중처벌이 아닐 수 없다. 또 언론사의 매출액 1만분의 1로 배상액 하한선을 둔 것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언론사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은 비판기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고의·악의를 주장하는 측이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문체위와 과기정통위 전문위원들조차 언론중재법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과 언론노조까지 “표현의 자유에 도전하는 반민주적인 악법”이라고 지적한 대로 군사정권 시절 보도지침과 다를 바 없다.

사방에서 이런 비판이 쏟아지면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듣는 척이라도 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여당은 ‘육참골단(肉斬骨斷·살을 내주고 뼈를 끊는다) 각오’ 운운하며 오는 25일 문체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기 전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꼼수까지 부리고 있다. 게다가 기사에 대해 ‘좋아요’ ‘싫어요’ 등 인기투표로 정부 광고를 나눠주는 ‘미디어바우처법’도 처리하겠다고 한다. 권력 앞에 언론을 줄 세우려는 발상이다.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이런 악법들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여당은 더 이상 민주주의를 거론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