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유동성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가 델타 변이라는 복병을 만나 다시 ‘시계(視界) 제로’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이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어난 영국 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등급으로 올리는 등 주요국과 기업들이 속속 재봉쇄에 나서고 있어서다.

오는 9월 재택근무를 끝내려던 애플은 최소 한 달간 연기하기로 했고, 코로나 이후를 기대하던 항공사들도 다시 비상이 걸렸다. 3분기부터 정상 경영으로 복귀하려던 국내 기업들도 속속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호찌민 인근 사업장이 확진자 발생으로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해외 생산기지 셧다운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도 발작을 보이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로 19일 2% 넘는 급락세를 보인 미국 다우지수는 20일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추가하락 공포가 여전하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유가도 급락세로 돌아섰고, 미 국채금리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백신도 만능이 아니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세계경제가 2분기 정점을 찍고 다시 코로나 초기 같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위기 극복을 위해 풀린 유동성으로 이미 글로벌 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한 상황에서 경기가 급락하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월가에서는 2분기 9.1%로 치솟았던 미국 경제성장률이 4분기에는 3.3%까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분기 7.9%였던 중국의 성장률 역시 3분기 6%대, 4분기 5%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목표로 잡은 올해 4.2% 성장도 불투명해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내수까지 타격이 불가피해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어서다.

걱정되는 것은 경기 급락 시 인플레 압력이 커도 추가 침체 우려로 유동성 흡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칫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재정 투입은 경기는 못 살리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나랏빚만 늘릴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세수까지 줄면 정부가 예상하는 31조5000억원의 초과 세수도, 이를 토대로 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줄줄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글로벌 경제는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막연한 낙관론으로 돈 풀 궁리만 하다간 정말 큰코다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