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홍국 하림 회장의 한숨
김홍국 하림 회장은 요즘 답답하다. 물류단지 일 때문이다. 4500억원을 들여 5년 전 옛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했지만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반대해서다. 그동안 나간 이자비용과 재산세, 용역비만 1500억원이 넘는다. 허가 날 때까지 버티자니 부담이 크고, 사업을 해보자니 방법이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속이 탄다.

박원순 사망 후 중단된 절차

경위는 이렇다. 닭고기 가공업체로 유명한 하림은 곡물 수입부터 사료 가공, 양계 및 도축, 식품 생산, 유통까지 식품에 관한 일관 라인을 가진 종합식품업체다. 김 회장은 수도권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식품을 배송할 마지막 물류사업을 위해 2016년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했다. 9만4949㎡(약 2만8800평) 규모로 서울 시내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로 주목받는 땅이었다. 정부도 마침 도시 내 첨단물류센터를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인센티브를 약속한 터였다. 하림의 미래 비전에 ‘화룡점정’이 찍히는 듯했다. 서울시와 기나긴 협의를 거쳐 지난해 6월 부지 개발에 관한 합의안이 나왔다. 하림도 서둘러 그동안 만들었던 투자계획서를 제출했다. 모든 게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후 모든 일정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박 전 시장 사후 돌연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 논리는 간단하다. 교통난과 형평성이다. 하림 계획대로 양재나들목(IC) 인근 부지에 지하 7층, 지상 70층 대규모 물류단지를 허용할 경우 안 그래도 상습 체증 구간인 인근 도로 교통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서울시 도시계획상 인근 부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총면적 비율)이 400% 이내로 관리되고 있는데, 하림에만 800%라는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논리다.

하림은 억울하다. 용적률 800%를 고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정한 첨단복합물류단지 관련 법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하소연한다. 용적률은 나중에 별도 기구에서 교통과 환경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한다.

해당 지자체인 서초구도 그렇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하림과 같은 입장이다. 하림과 서초구 등이 아무리 얘기해도 서울시(정확히는 도시계획국)는 요지부동이다.

참다못해 하림 주주들과 직원들은 지난달 서울시가 고의적으로 물류단지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이 본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는 곧 나온다. 관건은 서울시가 절차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는지와 그 논리가 합법적인지다.

서울시, 적극 행정 노력 아쉬워

문제는 서울시 때문에 개발사업에 애를 먹고 있는 기업은 하림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롯데쇼핑의 상암DMC 복합 쇼핑몰 개발사업도 서울시의 몽니에 8년째 시작도 못하고 있고,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도 14년째 개발도, 매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다 해법은 있다고 한다. 하림 도시첨단물류단지의 교통난은 인근 강남순환도로가 완공되고 화물차량을 위한 접근로를 추가로 만드는 방법 등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 서울시 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박 전 시장의 9년 임기 동안 중용된 인물이다. 박 전 시장은 임기 내내 구태를 벗은 ‘행정혁신’을 강조했다. 서울시 간부들이 인허가권을 ‘권력’이 아니라 서울시 발전을 위한 봉사의 기회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먼저 적극 찾아 나서길 기대해 본다.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