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도 550조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 난폭운전’을 지속하면서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언론 비판이 쏟아지자 여권 인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예산안이 발표된 후 과장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보수언론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대규모 적자예산으로 국가채무가 증가했다고 공격하고 있다. 매우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확대 필요성에는 대개 공감한다. 하지만 코로나가 덮친 올해에만 이런 ‘초슈퍼 예산’을 편성한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첫 편성 예산인 2018년부터 지출증가율이 7.1%에 달했고 2019년 9.5%, 올해 9.3%로 더 높아졌다. 3년 연속 급증했지만 경제성장률은 매년 떨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556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계획대로 잘 집행되면 우리 경제는 3%대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주장했지만, 예산을 늘린다고 성장률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이 지사가 “우리 국가채무비율은 안정적 수준”이라고 언급한 것도 논란 여지가 많다. 한국 국가채무비율은 2005년 25.9%에서 10%포인트 높아지는 데 12년 걸렸지만 이번 정부 들어 4년 만에 10%포인트 올랐다. 정부 재정전망에 따르면 2024년 58.3%로 지난해 38.1%에서 5년 만에 20%포인트 뛰는 셈이다. 정부·여당은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110%’라며 우리는 양호하다는 입장이지만 여기엔 238.7%에 달하는 일본과 유럽 재정위기를 초래한 남유럽 국가들이 포함돼 ‘평균의 함정’이 있다.

김 원내대표는 “세계 주요국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인 미국 유럽 일본과 동급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코로나 쇼크로 국가신인도가 흔들리면서 부도 위기에 몰려 IMF의 긴급 수혈을 받은 나라가 부지기수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가시화할 경우 소규모 개방경제는 언제든 외환위기에 봉착할 위험이 상존한다.

국가채무는 마냥 늘려도 되는 게 아니다. 급속한 고령화, 고갈시점이 앞당겨진 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 부실까지 감안할 때 재정여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야당과 언론의 재정건전성 걱정을 가짜뉴스인 양 치부해선 정말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