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파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다. 숙박·음식점업이 18% 뒷걸음질치는 등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이 4.4% 쪼그라들었다. 지난 20년 새 최악의 성적표다. 4월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의 적자전환이 유력하다. 수출·내수가 모두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추락하는 지표를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4월 경기실사지수(BSI)는 51로 추락, 중립(100) 수준을 한참 밑돈다. 경기 선행지수·동행지수 낙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반도체가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철강 자동차 유화 조선 등 대부분 업종은 ‘이익 반토막’을 예고하고 있다.

나라 밖 사정도 긴박하게 돌아간다. 미국은 1분기 성장률 -4.8%라는 최악 성적을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은 -40%(JP모간) -50%(에버코어ISI)에 달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1분기가 바닥이라면 2분기는 지하실이 될 것”이란 비관이 글로벌 경제전반을 짓누르는 모습이다.

추락하는 지표 못지않게 걱정되는 것은 정치권의 무관심이다. 여야는 총선이 끝난 뒤에도 위기해법은 나 몰라라 한 채, 부자에게 재난지원금을 줄지 말지로 허송세월했다. 거대 여당은 급기야 이익공유제, 토지공개념, 대통령 중임제 등의 논쟁적 개헌 이슈로 혼란을 더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를 노린다는 한 중진의원은 “이익 본 기업이 손해 본 분야에 이익을 나눠주는 사회적 대타협을 핵심과제로 추진하겠다”며 이익공유제에 불을 지폈다. 기업이 손실을 입고 부도를 내면 피해도 나눠가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주장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선 대기업의 성공을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고 납품단가를 쥐어짠 결과로 보는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토지공개념으로 부동산 투기를 해결하자’는 주장 역시 사유재산제를 뿌리부터 흔드는 위헌적 발상이다.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채택한 나라 중에서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담고 있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역시 택지소유상한제 등 토지공개념 관련 입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합리적인 반론 없는 갑작스런 제안은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로 보기 힘들다.

대통령 중임제, 책임총리제 도입, 국민개헌발안제 등 통치구조 변화를 위한 개헌 주장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 설익었고 시기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여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둘러대지만 180석의 힘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낡은 이념에 기초해 밀어붙이는 것은 코로나 쓰나미의 한복판에서 생존에 허덕이는 국민과 기업을 나락으로 밀어넣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