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는 3월 셋째 주(3월 15~21일) 신규 실업보험 신청 건수가 전주 28만2000건에서 328만3000건으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미 노동부가 53년 전인 1967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이 같은 급증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 최고 기록은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2년의 69만5000건이다. 실업이 가장 심각했던 2009년 3월 최악의 시기에도 신청 건수는 66만5000건이었다.

물론 신규 실업보험 신청 건수의 급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노동시장에 주는 타격이 얼마만큼 큰지 가늠하기에 정확한 지표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지표가 미국 실업률이 극한의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주는 단서는 될 수 있다.

실업보험 신청, 더욱 급증할 듯

더욱 심각한 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와 영업정지 조치로 지난주 직장을 잃은 근로자 수가 328만 건이라는 실업보험 신청 건수에 모두 반영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 주 노동당국에선 실업보험 신청이 갑자기 물밀듯이 몰려와 신청한 사람을 모두 처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많은 근로자가 곧바로 실업보험을 신청하지 않고 있고, 신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도 꽤나 되는 모양이다. 프리랜서나 긱 근로자(초단기 임시 근로자) 대부분도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다만 지난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발효된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 법안에선 이 기준을 개정했다. 긱 근로자들과 프리랜서들도 이 법안을 통해 이제 실업보험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에 실업보험금 확대를 위해 2500억달러(약 307조원)가 배정되면서 실직자는 4개월 동안 실업보험금을 받게 됐다.

실업자 수가 어느 정도 증가할지 당분간 예측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 등의 지표조차 전체적인 윤곽을 포착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실업률 데이터에서 실업자는 구직하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도시 봉쇄 조치가 단행된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직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비 늘어나야 일자리도 는다

그렇지만 주간 신규 실업보험 신청 건수는 현재의 지극히 비참한 상황을 나타내는 초기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또 미국 경제가 직면한 엄청난 규모의 시련을 능히 짐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실업자 상당수는 실업급여나 경기 부양책에 기반을 둔 수입 보전이 있어도 일상생활에서 쪼들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소비를 최대한 억제할 것이다. 다음에는 자신이 일자리를 잃을 차례라고 두려워하는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로 소비를 줄일 것이다. 소비가 줄어들면 그동안 코로나19 위기를 비교적 잘 대처한 기업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경제 전체에 연쇄적으로 부실화가 확산돼 바이러스 위협이 사라져도 상당수 실업자는 돌아갈 직장이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거액의 현금을 국민에게 지급하겠지만 그 악순환을 막을 방안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저스틴 라하르트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Washington’s Trillions Alone Can’t Stop the Jobpocalypse’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