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 4관왕을 이룬 ‘기생충’에 대한 환호와 감격이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매체들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은 물론 숨은 영웅들을 재조명하기 바쁘다. 덩달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과 평가도 부쩍 높아졌다는 소식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임을 새삼 입증해, ‘한류 4.0’ 시대를 열어갈 문화강국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밑바탕에는 101년간 숱한 부침을 겪어온 한국 영화계의 ‘축적의 시간’이 있다. 세계 영화계의 ‘변방’에서 늘 할리우드의 완성도와 스케일을 부러워하고, 유럽·일본 영화들의 예술성을 동경하던 긴 세월이 있었다.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1980년대 말 할리우드 영화 직접배급, 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 등 시장 개방 때마다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그런 우여곡절을 딛고 한국 영화가 우뚝 선 힘은, 개방에 반대해 극장에 뱀을 풀고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인 ‘수동적 투쟁’이 아니라 고뇌하고 땀 흘린 영화인들의 ‘능동적 경쟁’ 자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기생충’의 성취는 비단 영화에만 국한해서 볼 일이 아니다. K팝·K드라마·K뷰티가 세계로 뻗어가듯, 한국인은 어떤 개방과 경쟁 환경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당시 한국 가요의 ‘사망’을 우려했지만 현재 K팝의 위상은 J팝(일본 가요)을 능가한다. 이런 콘텐츠 역전은 한국의 말·음식·상품·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으로 이어진다.

여태껏 국내 시장을 개방했어도 망한 분야가 없고, 글로벌 강자들과의 경쟁속에 우리 기업들은 되레 더 강해졌다. 소니TV의 아성을 무너뜨린 게 삼성·LG전자이고, 일제 코끼리밥솥을 뛰어넘은 게 중소기업인 성광전자(현 쿠쿠전자)다. 시장의 빗장을 닫아걸고 경쟁하지 않았다면 이런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개방과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만의 역동적인 DNA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 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