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정년' 정책 심의하는 일본
'생산성 따른 보수' 등 혁신 모색
한국도 보수·재고용 체계 바꿔야"

이지평 <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
[분석과 전망] '65세 정년' 日 재고용·직능급제 주목을

일본 게이단렌(經團連·경제단체연합회)의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은 연초 기자회견에서 고용제도의 전반적인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기업의 고령자 활용 필요성 및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기존 고용제도로는 기업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신규 대졸자의 일괄채용, 종신고용, 연공서열 임금제도 등을 골자로 한 일본식 고용시스템은 그동안 혁신을 거듭해 왔으나 아직도 많은 기업에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를 70세까지 고용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후생노동성의 심의회에서 정책 방향을 논의 중이다. 이미 일본 정부는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65세 고용보장에도 고전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70세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보면 노동력 인구 중 4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에 이미 50%를 초과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에는 이 비중이 60%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고령자 활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인 게 틀림없다. 젊은 신규 직원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으로서는 고령 근로자를 활용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연금 및 의료보험제도가 붕괴되지 않도록 유지하고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서도 ‘70세 현역사회’ 구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종신고용제나 연공서열제를 유지하면서 70세까지 고용을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은 65세까지 고용 연장에 주력하면서 60세 이상 고령자의 임금을 크게 삭감하는 재고용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직능급제도를 도입해 직책정년에 도달한 50대부터 자연스레 임금이 감소하도록 하는 제도를 활용해 왔다.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직책·직능에 급여를 지급한다는 개념으로, 직능급제도는 중요한 개혁 수단으로 인식됐다.

다만 이런 제도는 고령 근로자들의 일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문제가 있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쯤 승진경쟁에서 밀려난 고령 근로자들이 젊은층에 일을 떠넘기는 부작용이 지적되기도 한다. 이런 상태로 이들이 70세까지 회사에 남을 경우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고령자의 취업 의욕을 키우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건강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아직 현역으로 일을 할 수 있는데도 60~65세 이후 산업현장을 떠나는 근로자의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65~69세 일본 남성의 잠재취업률(건강 상황 등 고려)은 86.2%에 달하는데, 실제 취업률은 52.5%에 불과하다(일본 경제산업연구소, 고시오 다카시).

이에 따라 일본 기업도 최근에는 고령 근로자의 근로의욕과 학습을 촉진하는 한편, 전체적인 보수 및 고용 제도의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수시채용, 인력의 조기 신진대사, 호봉제 폐지 등을 통해 고령자와 젊은 층을 구별하지 않고 생산성에 맞게 보수를 주는 공통의 제도 정착을 꾀하고 있다. 채용, 승진, 고령자 재고용 기간 등의 전체 과정에서 근로자가 연령에 관계없이 서로 협력·경쟁하면서 마지막까지 생산성과 기술 향상에 주력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가속화하는 디지털 혁신과 고령화에 대응하면서 전문 기술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강화하기 위해 조직·인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해법은 없겠지만 생산성에 맞는 보수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가진 젊은 인재를 발탁하고, 외부에서 구하기 힘든 전문지식 및 기술을 장기적으로 축적할 수 있도록 조직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