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시민단체에 휘둘리면서 대학병원 의료진의 연구성과를 바이오 분야 창업으로 잇기 위한 정부 계획이 또 미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연구중심병원 창업을 늘리기 위한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지만, 총선 등 향후 국회 일정으로 볼 때 장기 표류할 우려가 커졌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연구중심병원을 지정제에서 인증제로 바꿔 그 수를 늘리고, 의료기술협력단을 꾸려 창업을 촉진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의료기기 규제 혁신방안에서 산·병협력단 설립을, 올해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에서 의료기술협력단 설립을 포함하는 등 두 번이나 약속한 안건이다. 여당 의원들이 협력했으면 법안이 표류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의료기술협력단과 영리병원의 차이가 뭐냐”며 시민단체의 반대논리를 되풀이했다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시민단체들은 병원 창업뿐 아니라 원격의료,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 의료 빅데이터 활용 등도 모두 영리병원, 의료 민영화로 몰아가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조차 ‘영리병원으로 가는 길’이라며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게 이들이다. 교수들이 “국내에 수익을 내지 않고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의료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며 “논리 자체가 맞지 않는데 여기에 끌려다니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호소해도 소용이 없다.

의료기술협력단을 별도로 설립할 게 아니라 대학 산학협력단의 운영 주체에 병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하자며 딴지를 건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복지부가 의료기술협력단을 매개로 대학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건 아닌지 경계하는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연구중심병원은 대학 기술료 수입의 상당액을 차지한다. 더구나 병원은 그 자체로 바이오 혁신의 성공을 좌우하는 클러스터이기도 하다. 병원의 기술창업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 바이오 혁신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