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새 30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헤지펀드발(發) 경고음이 켜졌다. 국내 최대 헤지펀드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한계기업들의 부실 전환사채(CB)에 편법투자하고, 부실을 돌려막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한경 7월 23일자 A1, 21면). 6조원 규모의 파생계약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칫 도미노식 부실 쓰나미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라임이 다른 금융사의 계좌를 이용하는 ‘파킹’으로 CB에 초과투자하고 편법적 장외 거래로 수익률을 돌려막기하고 있다는 게 핵심 의혹이다. 손실 확정을 미룰 수 있는 전환사채의 고유 특성과 ‘큰손’들로부터의 끊임없는 자금 유입에 기댄 고위험 투자인 만큼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는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다. ‘선진 금융’이라는 미명하에 내부통제를 도외시한 채 머니게임을 벌이는 헤지펀드가 적지 않다. 그 위험을 알고 견제해야 할 은행과 증권회사들이 수수료 수입을 위해 한 배를 탔다. 금융당국은 저금리로 갈 곳 잃은 시중 부동자금에 물꼬를 트는 데 급급해 적절한 감시망을 가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자본시장 곳곳에서 뒷걸음질 징후가 뚜렷하다. 시세조종은 점조직 형태의 여러 세력이 ‘품앗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력부대도 명동 사채업자나 개인 ‘큰 손’을 넘어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들로 확장되고 있다. 수법 역시 지능화·첨단화하고 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대출로 상장사를 인수하는 ‘무자본 인수합병(M&A)’ 급증이 대표적이다.

헤지펀드가 증시 전반을 교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경기 부진으로 주도업종이 사라지자 몇몇 헤지펀드 그룹이 돈의 힘으로 ‘테마’를 순환시키며 치고 빠진다는 지적이 공공연하다. 정통적인 ‘롱쇼트 전략’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모범적 시장 참가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옥석을 가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