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는 암울한 청년 실업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15~29세)을 의미하는 ‘취준생’이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71만4000명에 달했다. 졸업 후 취업까지 소요기간은 10.8개월로 역대 최장이고 시간제 근무자 비율도 19.3%로 1년 만에 1.4%포인트 급증했다. 최악의 고용 한파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악전고투를 보여주는 뼈아픈 데이터들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취준생 10명 가운데 3명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른바 ‘공시족’이라는 점이다. 71만4000명의 취준생 중 일반 공무원 시험(고시 제외)을 준비하는 청년은 21만9000명(30.7%)으로, 일반기업체 입사 준비생(16만9000명·23.7%)보다 5만 명이나 많았다.

청년들이 공직으로 몰리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병증상태로 진입하고 있다는 징표다. 창의와 열정보다는 규율과 감독을 속성으로 하는 공무원에 대한 선호는 청년들이 도전보다는 안주를 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공복’으로서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취준생도 있겠지만 안정된 보수, 넉넉한 연금, 정년 보장에 이끌린 경우가 다수인 게 현실이다.

공시족 범람은 산업화·선진화와 함께 희석된 관존민비(官尊民卑)와 같은 낡은 인식이 우리 사회에 아직 뿌리깊다는 걱정도 키운다. 한국에서 공무(公務)의 특징은 여전히 각자의 법률과 조례를 꿰차고 하는 ‘완장질’ 성격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고위 관료들은 기업인을 불러모아 뭔가를 지시하고, 하급 공무원은 규제와 철밥통에 집착하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수한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사회 전반을 이끌던 시대가 있었지만 과거의 일이다. 기업을 ‘대표선수’로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간 생존경쟁을 벌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무원의 역할이 예전 같을 수는 없다. 시대 변화를 거스르고 공무원이 앞장서는 것은 나라 전체의 낙오를 자초하는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청년 인재들이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부문으로 몰리는 현상은 나라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한·일 경제 갈등, 미·중 무역전쟁, 극심한 노사 대립 등의 당면한 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해소되고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회도 기업부문이 버티고 있어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시족 급증’은 방관해선 안 될 심각한 위기신호다.

청년 취업시장 왜곡의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 민간경제의 활력 저하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부문에서 ‘버젓한 일자리’가 쏟아져 나온다면 젊은이들이 민간기업을 외면하고 공시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공무원 증원에 집착하고 노인 ‘단기알바’에 재정을 퍼붓는 정부의 청개구리식 해법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 공공부문 비대화가 아닌, 민간 역동성 제고로의 정책 전환이 청년도 나라도 함께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