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 소문이 끝내 현실이 됐다. 서울교육청이 어제 재지정 평가 대상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 가운데 8곳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교육청은 합격선인 70점(100점 만점)에 미달했다고 밝혔지만 학교별 세부점수는 내놓지 않았다. 교육당국과 자사고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게 생겼다.

전국 42개 자사고 중 앞서 ‘지정 취소’된 전주 상산고,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를 포함해 11곳이 무더기 퇴출 위기에 처해 교육계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 교육부의 ‘동의’ 절차가 남았지만 문재인 정부 공약인 만큼, 무더기 폐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얼마로’ 매겼는지도 모르는 ‘깜깜이 점수’로 퇴출을 강제한다면 당사자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 정부가 평준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자립형사립고를 2010년 자율성을 더 높여 확대·발전시킨 모델이다.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해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학교의 학생 선발권을 주는 대신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과 재단지원금으로만 운영토록 한 것이다. 대다수 자사고가 서울의 비(非)강남지역과 지방에 있고, 각기 건학(建學)이념에 맞춰 충실한 교육을 펴왔다는 평을 들어왔다.

이런 자사고를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은 고교서열화 주범으로 낙인찍어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다. ‘자사고가 죽어야 공교육이 산다’는 전교조식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대학입시라는 상수(常數)를 고려할 때 자사고 폐지는 강남 8학군 부활 등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 교육을 위해선 학생의 선택권과 학교의 선발권은 되레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게 사학(私學)의 기본원칙이다. 교육부가 할 일은 자사고 끌어내리기가 아니라, 일반고 끌어올리기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