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美 경제성장 이끄는 '작은 정부' 원칙
작년 미국 성장률이 한국을 앞지르는 성장률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올 1분기 한국 경제는 오히려 역주행했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2배나 큰 미국 경제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 활황세는 지표상 뚜렷하다. 지난달 26만3000명 일자리가 창출돼 실업률이 3.6%로 하락했다. 1969년 12월 이래 최저치다. 103개월 연속 고용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월평균 20만 명씩 새 일자리가 생겼다. 임금도 3.2% 상승했다. 채용 공고가 750만 개에 달할 정도로 ‘구인난’이 심각하다. 증시도 호황이다. 4월까지 나스닥과 S&P500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기업과 소비자 신뢰가 매우 높다. 경기 활황이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56%로, 취임 후 가장 높다.

친기업 친투자 정책이 미국의 성장을 견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의 ‘야성적 충동’이 깜짝 성장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감세, 규제완화, 셰일혁명이 일등공신이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해외유보소득에 대한 저율 과세로 국내 환류를 유도했다. 이에 화답해 애플은 향후 5년간 300억달러를 투자해 2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득세 최고세율과 사업소득세율도 낮췄다. 기업 설비투자에 대한 즉시 상각도 허용했다. 대기업은 늘어난 이익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및 종업원 임금 인상을 시행했다. ‘유통 거인’ 월마트는 7억달러 상당의 임금 및 보너스를 지급했다.

과감한 규제완화가 친투자 환경을 조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규제 경감 및 규제비용 통제’ 행정명령으로 시동을 걸었다. 작년까지 1579개의 기존 규제를 폐지 또는 유보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규제 1개가 만들어지면 기존 규제 3개를 철폐하는 식으로 강도를 높였다. 81억달러의 예산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 제정으로 2013년에만 702억달러의 규제순응 비용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금융규제를 풀어나가자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의 수익성이 대폭 향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국가의 파괴자’가 되겠다는 열정으로 규제혁파를 독려한다.

셰일혁명으로 비용 절감과 에너지 자립을 달성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셰일혁명으로 4인 가족이 연 1100달러의 휘발유값 인하 및 750달러의 전기료 인하 혜택을 누리게 됐다.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원유 생산국가로 변신했다. 에너지산업 규제완화로 약 100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셰일오일 채굴은 주로 공유지에서 이뤄지고 사유지는 6%에 불과했다. 사유지 개발이 촉진되면 생산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정학 전문가 피터 자이한은 미국은 에너지 자립으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기업과 시장을 최대한 존중하는 ‘작은 정부’ 원칙도 빼놓을 수 없다. 총고용에서 차지하는 연방공무원 비율은 1980년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지출 비중도 20% 선으로, 1950년대 아이젠하워 정부 수준과 비슷하다. 무분별한 재정 만능주의를 극력 경계한다. “빌린 차를 세차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미국 자본주의의 성공 비결이다.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는 유니콘 기업이 2015년 131개에서 315개로 급증했다. 기업공개(IPO)도 2014년 이후 가장 활발하다.

유연한 노동시장 역시 촉매 역할을 했다. 우버, 리프트 등 공유차량 서비스 업체의 약진,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기업의 역동성은 유연한 노동시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재 확보를 위해 앞다퉈 가족친화적 정책을 펴고 있다. 4~6개월의 유급 출산휴가, 남성 육아휴직, 재택근무 등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회사와 근로자의 자율 계약에 맡긴다. 신축적 인력 운영으로 경기 부침의 파고를 잘 헤쳐간다.

중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일시적 충격이 있겠지만 경제의 펀더멘털은 탄탄하다. 한국도 과감히 친시장 정책으로 전환해 ‘성장절벽’을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