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표류하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법정시한인 오는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려면 지금쯤 전원회의와 전문위원회의 논의가 본궤도로 진입해야 하는데도, 회의는 올 들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당리당략에 급급한 ‘막장 국회’의 직무유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노사 이견을 줄이겠다’며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 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연초 발표했다. 하지만 여야 간 극한 대치 탓에 오늘(7일) 종료되는 4월 임시국회에서도 입법이 물 건너가면서 ‘시계 제로’로 빠져들고 말았다.

최저임금 위원들의 무책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정상 내달 27일까지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하지만, 8일에야 첫 회의가 열릴 정도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결정구조 개편’에 항의하며 지난 3월 공익위원 아홉 명 중 여덟 명이 집단 사의를 표한 뒤 ‘나 몰라라’ 하는 태도다. 최저임금 파동의 책임을 위원들에게 전가한다며 감정적인 모습이지만,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만큼 최소한의 일정만이라도 진행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의 몫이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인상률 상·하한을 설정하는 핵심을 비껴간 해법으로 ‘공익위원 집단 사의’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 이후 사의 철회를 설득하지도, 새 위원을 선임하지도 않는 미온적 태도로 한 달여를 허송세월했다. ‘최저임금 결정에 기업 지급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다수 전문가의 조언을 외면하며 신뢰추락을 자초했다.

이런 와중에 양대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 합동워크숍을 갖는 등 ‘전투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2년의 파행이 되풀이된다면 고용시장과 경제전반의 후폭풍은 메가톤급이 될 수밖에 없다. 예고된 갈등에도 책임회피와 명분 싸움에 급급한 ‘개점휴업 위원회’를 지켜보는 현장 경제인들의 심정이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