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논설위원
[천자 칼럼] 익산으로 간 하림

전북 익산시는 위기의 한국 지방 중소도시 가운데 하나다.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늠하는 주된 기준인 인구의 변화 추이부터 그렇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2011년 30만9800명을 정점으로 이곳 인구는 매년 조금씩 줄고 있다. 지난해 말 29만4100명을 기록, 3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1월 900명, 2월에는 1100명이 더 줄었다.

하지만 익산은 조만간 인구 30만 명을 회복할 가능성이 커졌다. 닭고기를 주축으로 하는 육가공과 사료제조 전문기업인 하림그룹의 지주회사가 그제 익산의 신사옥에 입주한 덕분이다. ‘백약이 무효’ ‘돈(재정)을 아무리 퍼부어봤자 감소폭이나 조금 줄일 뿐’이라는 지방의 인구전쟁에 주목할 만한 모범 사례가 될 것 같다.

자산 10조원으로 재계 32위 기업인 하림의 ‘익산시대’ 개막으로 연말까지 이곳에 1500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이라고 한다. 익산에서 태동한 하림은 그동안도 익산 지역경제를 떠맡아 오다시피 했다. 지금까지 전북에서 만든 일자리만 6000여 개, 2017년에는 도에 낸 지방세만 30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하림 창업주 김홍국 회장의 각별한 고향 사랑과 열정적 경영관을 보면 익산은 ‘인구 30만 사수’ 이상의 꿈을 키워도 될 것 같다. 이리농림고 재학 시절에 이미 ‘축산사업자’로 자립한 그는 익산을 ‘대한민국 농식품업 수도’로 만들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심취자’ ‘정통 자유주의 경제학회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 2017년 서울총회 후원자’ ‘26억원짜리 나폴레옹 이각모 구입자’로도 잘 알려진 그는 본인의 주민등록 주소지도 익산에 두고 있다.

김 회장의 익산 사랑은 작은 커피가게 스타벅스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며 고향 시애틀을 발전시킨 하워드 슐츠의 성공 신화를 연상시킨다. 켄터키의 시골 루이빌에 본사를 둔 레스토랑 체인 KFC의 성공담과도 비교된다. 1999년 중국 항저우의 작은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의 항저우 사랑도 그런 것이다.

하림을 껴안은 익산시를 바로 옆 군산시가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한국GM의 난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위축된 군산은 자칫 ‘한국판 러스트 벨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거제 통영 등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다. 위기의 지방도시들이 ‘한 방에 역전’할 비법이 없지 않음을 ‘하림의 익산’이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 유치다. 부지불식간에 ‘푸대접과 불균형, 격차와 홀대’ 논리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도 지자체들은 돌아볼 일이다. 차제에 ‘내 고장을 빛낸 인물’에 대한 기준도 조금 달라질 때가 됐다. 유능한 기업인이 스타이고, 고향의 자랑인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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