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옥토버 서프라이즈' 없는 트럼프…美·中 대결 격화될 수도
미국 중간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임기 6년의 상원 의원(100명) 중 35명, 임기 2년의 하원 의원(435명) 전원을 다시 뽑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이며 차기 대통령 선거를 예측하는 자료도 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대내외 과제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중간선거보다 관심이 높다. ‘샤이 트럼프(shy Trump·숨은 트럼프 지지층)’의 막판 결집으로 민주당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지만 집권당인 공화당이 불리하다. 지금까지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출해 보면 최소한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70%가 넘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대내외 일정을 미루고 선거 유세를 위해 미국 전역을 누비고 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한 방, 즉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필요한 상황이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미국 대통령 선거 혹은 중간선거 직전 달인 10월에 발생한 뜻하지 않은 사태로, 그때까지 여론조사 등에서 불리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말한다.

아직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될 만한 변수는 없다. 트럼프 정부가 주력해 온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은 중간선거 직전까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세계 경제 주도권 싸움인 데다 경제 발전단계 차이가 워낙 커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스트롱 맨 간 대립도 장애 요인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쉽지 않다. 미국 국민은 북한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지난 3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북한과의 협상이 말만 많고 구체적인 성과와 행동이 없는 ‘NATO(No Action Talk Only)’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 공화당 ‘표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 경제 제재 등 나머지 현안은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될 만한 변수가 못 된다.
[뉴스의 맥] '옥토버 서프라이즈' 없는 트럼프…美·中 대결 격화될 수도
트럼프 버팀목은 증시와 경기

유일한 버팀목은 증시와 경기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지난 4일 이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500포인트 가깝게 추락하는 ‘순간 폭락(flash crash)’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채금리 급등의 기폭제가 됐던 금리인상에 전향적인 발언을 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잇달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간선거 직전인 오는 26일에는 3분기 성장률이 발표된다. 뉴욕(GDP nowcasting)과 애틀랜타(GDP now) 연방은행에 따르면 4.2%를 기록한 2분기 성장률보다 낮게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성장률이 중간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4% 이상으로 나올 경우 공화당, 3% 밑으로 떨어지면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 등은 내다보고 있다.

성장률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점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의 상징은 감세와 재정지출로, 재정적자는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법인세 대폭 인하와 소득세 인하는 기업인과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작용해 계층 간 소득 불균형도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신(新)파리기후협약 불참, 중국과의 무역전쟁 결과, 북한과의 정상회담 향방이 크게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트럼프노믹스 추진, 헬스케어와 도드-프랭크법 등 오바마 지우기 정책 수정, 이민법 개정 등도 갈림길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탄핵설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절차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탄핵 발의는 미국 하원(한국의 국회 격)에서 일반 정족수로, 탄핵 소추는 미국 하원에서 특별 정족수로 확정되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탄핵 결정은 미국은 상원, 한국은 헌법재판소에서 특별 정족수로 확정되는 점이 다르다.

역사적으로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로 탄핵을 당한 사례는 없다. 탄핵 일보 직전까지 몰린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하원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탄핵 소추됐지만 상원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에드먼드 로스 의원의 반대로 1표 차로 구제됐다. 1970년대 초반 워터게이트 사태로 탄핵에 몰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자진 하야로 탄핵을 모면했다.

'차이나 패싱' 기류 경계해야

현재 미국 의회는 상·하원 모두 집권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출범 이후 트럼프 탄핵설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와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이 3분의 2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언제든지 변수로 우려돼 왔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중 어느 하나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경우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2020년까지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누수, 즉 레임덕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간선거 이후 남북한과 미·북 정상회담, 그리고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비핵화, 미·북 수교 등 지난 3월 이후 논의해 온 협상 과제가 중단되거나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차이나 패싱’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신흥 강대국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강대국이 느끼는 두려움으로 인해 전쟁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을 말한다.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27년간 치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다룬 투키디데스의 이름에서 비롯된 용어다.

중국과 미국은 이미 이 함정에 빠져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출범 첫해 트럼프 정부가 추구한 달러 약세에 맞서 시진핑 정부는 위안화 약세로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환율 전쟁’ 위기에 몰렸다. 올해 들어서는 ‘관세 전쟁’이란 용어가 나올 만큼 한 단계 높아지다가 최근에는 미래기술산업 주도권을 놓고 ‘첨단기술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반도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운명이 크게 엇갈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세기 이후 일본이 급부상함에 따라 당시 강대국이었던 중국(청·일 전쟁), 러시아(러·일 전쟁), 미국(태평양 전쟁)과 전쟁을 잇달아 치르는 과정에서 ‘일본 식민지 시대’와 ‘남북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비극이 태어났다.

신중해야 할 '중재자 역할'

국제관계는 냉혹하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에 미국, 중국, 북한이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복잡한 ‘수(手)’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중재자 역할’이다. 이 역할을 잘한다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반면 잘 수행하지 못한다면 의외로 큰 시련이 닥칠 것으로 우려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