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남미 인프라 진출, 인력양성 서둘러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7월 발표한 ‘2017년 국가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가 작년과 같은 29위에 그쳤다. 국제무역 부문 순위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수출 부진 탓에 상품수출 증가율 순위는 13위에서 51위로 38계단 급락했다. 전통적인 상품 수출로는 대외 경제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그 답은 서비스 교역 확대, 특히 신흥시장에 대한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을 중심으로 한 대외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아닐까 한다. 대표적인 신흥 시장이 중남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남미 인프라 시장 규모는 795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이며 2020년까지 인프라 수요는 3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중남미가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2배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5%에 상응하는 인프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이 원자재 가격 하락, 국제금리 상승 전망에 따른 현지통화 평가절하 등으로 내부적 투자여력이 크지 않다. 결국 해외민간자본 또는 국제개발은행의 장기 차관투자 등이 대안이다. 특히 민간과 공공부문이 결합한 민자사업(PPP)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의 대표적인 다자개발은행(MDB)인 미주개발은행(IDB)의 경우 역내 인프라 개선을 위해 연간 100억달러를 지원하고 있고 이는 민간투자와 결합해 더 큰 규모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한국 기업도 IDB(공공부문 자금) 또는 자회사인 IIC(민간부문 자금)가 지원한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특히 콜롬비아의 하수처리 사업 등 민자사업 참여가 활발하고 총 규모는 14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한국은 2005년 IDB에 가입한 이후 신탁기금 설치, 협조융자 시행, 공동연구 및 포럼 개최 등을 통해 중남미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1억4000만달러의 신탁기금을 출연해 경쟁우위 분야인 브로드밴드, 에너지, 도로교통, 수자원, 재정 시스템 분야에서 중남미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 중남미 국가가 필요로 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IDB와 함께 투자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을 1억달러 출연했고 향후 3억달러를 추가 출연할 예정이어서, IDB를 기반으로 한 우리 기업의 중남미 인프라사업 진출에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국민이 체감하는 중남미와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한·중남미 간 협력관계를 인적 자원 중심으로 질적으로 심화시키는 것이다. 유학생 교류를 한층 더 강화하고, 브라질 같은 주요 국가와의 자격증 상호인정 등을 통한 기술 인력의 교류 활성화를 유도하며, IDB 등 지역경제에 특화한 국제기구에 한국인을 진출시키는 등 장기적인 협력과 기업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기획재정부와 IDB는 내달 19~23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남미 경제협력 포럼’에서 IDB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 IDB 인사담당자가 12개 직위에 대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우선 채용 인터뷰를 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단일 국제기구가 제시한 최대 규모 채용 이벤트다. 금융, 중소기업, 조달, 수자원·위생, 인프라 및 에너지 등 정규직원 직위도 7개나 된다.

개발기구 직원은 인프라 프로젝트를 직접 개발하거나 해당 사업에 대한 내부 정보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익에 직결된다. 특히 IDB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주로 수주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스페인 등은 내부 직원·기업·정부 사이에 구축된 유기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인프라 분야 경쟁력에 더해 IDB와 같은 개발기구와의 금융 협력, 해당 지역에 대한 인적 자원 진출 등을 도모해 대외 경제부문의 새로운 활력소로 삼아야 할 때다.

곽재성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미주개발은행 스페셜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