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혹만 키운 대통령 전 주치의
“김영재 원장 아내인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박채윤 대표가 찾아와 (자체 개발한 미용시술실이 있다고 해) 서울대병원 성형외과로 소개해 줬다.”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 전 주치의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단골 동네의원인 김영재의원 등에 대한 특혜 의혹이 커지자 해명에 나선 서 원장은 “김 원장 부인은 병원에 찾아오기 전까지 안면도 없던 사이”라고 했다.

김 원장에 대한 특혜 의혹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을 푸는 열쇠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소 의료기기 회사를 운영하는 이들 부부가 대통령 순방 행사에 동행하는 등 특혜를 받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에선지 서 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 원장 부부를 몰랐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1주일 만에 스스로 거짓말임을 인정했다. 서 원장은 “김 원장 부인이 찾아오기 전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로부터 ‘한 번 만나보라’는 전화가 있었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이 교수는 오래전부터 최씨 가족을 치료해 온 의사다. 서 원장은 “지난해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이 안종범 전 경제수석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해 자리를 만들었는데, 박 대표가 있어서 놀랐다”고도 했다. 김 원장 부부가 최씨, 안 전 경제수석과 인연이 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다”고 거짓말한 것을 시인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 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원장도 처음엔 “세월호 당일 인천 청라의 골프장에서 지인과 골프를 즐겼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프로포폴을 사용한 마약류 관리대장 기록이 나오자 “골프 치러 가기 전 잠깐 장모를 진료했다”고 말을 바꿨다. “최씨 자매를 잘 몰랐다”던 김상만 전 차움의원 교수는 최씨 입국 전 차움의원에 최씨의 공황장애 진단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의혹은 좀체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료 게이트’가 본질을 제쳐두고 의사들 간 진실게임 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