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W’가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에 올라섰다. 지난 4일 출시한 지 사흘 만이다. 리니지W는 국내 모바일 게임 출시 첫날 매출 기록도 갈아치웠다.
엔씨 리니지W, 사흘만에 매출 1위 '기염'

엔씨, 4개월 만에 1위 탈환

엔씨소프트는 4일 출시한 리니지W가 6일 국내 구글 앱장터(플레이스토어·오후 4시 기준)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리니지W는 국내 애플 앱 장터(앱스토어)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은 국내 시장에서는 모바일 게임시장 매출의 60% 이상을 구글 앱 장터가 차지하고 있다”며 “리니지W가 구글 앱장터에서까지 매출 1위에 올라 명실공히 국내 시장 1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엔씨소프트는 2017년 내놓은 ‘리니지M’과 2019년 출시한 ‘리니지2M’에 이어 이번 리니지W까지 리니지 시리즈를 모두 매출 1위에 올려놓는 진기록을 썼다. 엔씨소프트가 1위 자리를 되찾아온 것은 7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에 빼앗긴 지 넉 달여 만이다. 이날 기준 매출 상위 10위(7일 오후 7시 구글 기준)에는 리니지W(1위), 리니지2M(3위), 리니지M(4위), 블레이드앤소울2(8위) 등 엔씨소프트 게임 4개가 이름을 올렸다. 오딘:발할라 라이징은 이날 기준 2위로 처졌다.

리니지W는 출시 첫날 매출에서도 국내 게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전 최고 기록은 리니지M의 107억원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M 기록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60억~17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니지W의 핵심 인기 요인은 역시 리니지 IP다. 특유의 전투 방식, 캐릭터 육성 방법, 이용자 간 커뮤니티 형성 등을 계승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돈과 시간을 투입한 만큼 유리한 ‘페이투윈(pay to win)’ 게임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방식에 충실한 것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소통 쉽게 AI 번역 도입

첨단 기술도 두드러진다. 국내 모바일 게임 중 최고 수준의 ‘풀 3D(3차원)’ 그래픽을 적용했다. 현실 세계에서처럼 캐릭터끼리 부딪치면 나뒹구는 등의 장면을 그래픽으로 처리한 게 대표적이다. 고난도 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요한 대목이다.

과금 모델 개선이 이용자 확보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일명 ‘아인하사드의 축복’ 등 게임을 하기 위해 돈을 반드시 써야 하는 일부 콘텐츠를 리니지W에서는 제외했다.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몬스터와 사냥터 정보, 보스의 등장 지역과 시간 등 아이템 획득에 필요한 핵심 정보도 공개했다. 이전 리니지 게임에서는 일부 이용자만 쓸 수 있게 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필수 정보다.

회사가 처음 시도한 국내외 동시 출시 전략도 한몫했다. 이전에는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을 해외에 따로 정식 출시하는 ‘시간차 공략’ 기법을 썼다. 이번에는 한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게임 내 이용자 모임인 혈맹 간 전투를 일종의 ‘국가 대항전’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출시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가별 이용자 간 게임 내 전투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용자 간 실시간 소통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W는 역대 엔씨소프트 게임 중 해외 이용자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반토막 주가 ‘극적 반전’ 일궈낼까

리니지W의 초반 성공으로 엔씨소프트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최근 엔씨소프트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지난 2월 22조원이었던 시가총액은 13조원(5일 종가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확률형 아이템 구매 독려 등 이용자에게 과도하게 돈을 쓰게 한다는 지적에 리니지 게임 이탈자가 늘었다. 지난 8월에 내놓은 ‘블레이드앤소울2’도 비슷한 수익 모델을 유지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런 분위기가 워낙 강하다 보니 호평과 악평이 뒤섞여 나온 리니지W 출시 첫날에도 주가는 급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W가 ‘반짝 흥행’에 그칠지 ‘롱런’할지 지금 상황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북미, 유럽, 남미 지역에서도 대만 같은 성과가 나온다면 엔씨소프트에서도 해외에서 제대로 성공한 첫 게임이 나오게 된다”고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