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놓은 트렁크 스위치 하나가 신차 홍보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중형 세단 시장의 부흥을 이끌 단기필마로 내세운 신형 쏘나타 '뉴 라이즈' 얘기다.

는 7세대 쏘나타(LF)가 밋밋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자 특단의 조처를 취했다. 쏘나타의 타깃 소비층을 기존 30~60대에서 20~40대로 낮춰 젊은 층의 눈을 사로잡을 '오빠차'로 변신시키라는 것이 그것이다.

신형 쏘나타 '엠블럼 일체형 트렁크 스위치'
신형 쏘나타 '엠블럼 일체형 트렁크 스위치'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PM(Project Manager) 조직을 만들고 29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최근 쏘나타 뉴 라이즈를 내놓았다. 말 그대로 엔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신차수준의 대변신을 이뤘고, 그중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인 '엠블럼 일체형 트렁크 스위치'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통상 트렁크 스위치는 그렇게 많이 사용되는 부품이 아니다. 운전석에서 열림 레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스마트 테일게이트(3초 동안 근접해 있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 옵션이 일반화되고 있다.

하지만 성격급한 한국인들은 3초를 못기다리고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안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트렁크에 짐을 넣을때 3초를 못참고 트렁크 스위치를 찾는 한국인들을 위해 가장 쉽고 편리한 위치에 트렁크 스위치를 달겠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숨어있다. 히든 트렁크 스위치 개발 스토리를 현대차 남양연구소 책임연구원에게 들어봤다.

◆"심플한 뒤태를 위해 트렁크 스위치를 숨겨라"

신형 쏘나타는 그랜저IG와 같은 와이드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한 전면부와 함께 후면부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키워드는 '클린'한 이미지다. 이를 위해 번호판 위치를 범퍼로 내리고 기존 트렁크 전면 빈자리에 차명을 영문으로 박았다.

문제는 트렁크를 열고 닫는 스위치였다. 기존 차량들은 움푹파인 번호판 상단 몰딩에 번호판등과 나란히 스위치를 달았지만 신형 쏘나타는 번호판이 범퍼 밑으로 내려가 스위치 위치가 애매해졌다.

고심끝에 찾은 방법은 양산차에 한번도 적용한 적이 없는 '엠블럼 일체형 트렁크 스위치'였다. 언뜻 보면 아무 변화도 없는 평범한 엠블럼 같지만 맞닿은 트렁크 패널 안쪽에 마이크로 스위치를 달아 외부에서 누르면 기능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양산차에는 세계 최초로 적용된 신기술이기도 하다.

장착 위치도 고민거리였다. 처음엔 트렁크 중앙에 붙어있는 쏘나타 영문명이 고려대상이었다. 개발진은 쏘나타 영문명 중 'O'자에 넣는 것을 생각했지만 위치가 너무 낮았다. 결국 스위치를 엠블럼 부위에 넣기로 결정했다.

엠블럼 일체형 트렁크 스위치는 현대차를 상징하는 엠블럼 'H'의 윗 빈공간을 특수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안쪽에 고무패킹과 스위치를 달아 외부에서 누르면 스위치가 열리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외관상으로는 트렁크 스위치가 절대 보이지 않고 일반적인 엠블럼에 지나지 않는다.

◆"고압 세차기에 트렁크 열리면 안되잖아요"

엠블럼 테두리 안쪽 빈 공간의 트렁크 표면을 눌러야 하는 만큼 개발진은 어느 정도의 압력으로 힘을 줄때 문이 열리면 편리할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너무 큰 압력이 필요하면 여성 운전자들에게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작은 힘에도 트렁크가 열리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강력한 물줄기로 이물질을 없애는 고압 세차기가 문제였다. 소비자들이 세차를 할때 트렁크가 열리면 여간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 요인을 감안해 수만번의 실험을 거듭한 끝에 다소 딱딱하지만 적당한 압력을 가하면 문이 열리는 스위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손병천 현대차 남양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엠블럼 일체형 크렁크 스위치를 소비자들이 재밌게 생각해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디자인이나 성능에 더해 신기술을 접목한 더욱 편리한 차를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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