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이 지난 7월 국내 출시한 새 기함 CT6는 퍼스트 클래스 세단을 지향한 후륜구동 플래그십으로, 한때 기함 위치에 있던 DTS, XTS 등의 전륜구동 세단과 구동방식부터 차별화한 점이 특징이다. 과거 캐딜락이 가졌던 '아메리칸 럭셔리 세단'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 차명도 새 작명법에 따라 알파벳 두 자리에 숫자를 더한 이름을 갖게 됐다. 캐딜락의 역량을 집약한데 이어 새 전략에 충실한 기함인 셈이다.

국내엔 세 가지 엔진 가운데 V6 3.6ℓ를 얹고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두 가지 트림을 들여왔다. 여기에 편의 및 안전품목을 가능한 많이 담아내 국내 소비자가 선호할만한 차로 만들어냈다. 회사의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천 영종도에서 파주 헤이리를 오가는 구간에서 플래티넘을 타봤다.

[시승]미국차 인식 바꿀 미국차, 캐딜락 CT6 플래티넘

▲스타일
외관은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풀사이즈 대형 세단 이미지다. 전면부는 가로형 그릴과 세로형 헤드램프로 정체성을 표현했다. 그릴은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레이더의 전파 간섭을 막기 위해 캐딜락 엠블럼을 프린트 처리했으며, 가로지르는 바도 촘촘히 했다. 헤드램프는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포함하는 LED를 길게 내려 독특한 인상을 준다. 하나의 제품으로 보면 낯설지만 차를 이루는 요소로 보면 꽤 자연스럽다.

측면부는 짧은 프론트 오버행, 롱 노즈 숏 데크, 긴 리어 오버행 등 전형적인 후륜구동 기함의 자세다. CTS를 확대한 모양이기도 하지만 옆 창을 C필러까지 길게 이어 넓은 실내 공간을 기대하게 한다. 길게 뻗은 캐릭터라인은 시원스럽고, 펜더엔 캐딜락 엠블럼을 부착해 허전함을 달랬다. 휠·타이어는 5스플릿 스포크 알로이 휠과 굿이어의 245/40R20을 장착했다.

후면부는 앞모습과 마찬가지로 세로형 테일램프를 최대한 바깥으로 빼 넓은 이미지를 표현했다. 너비를 강조한 나머지 타이어가 얇아 보일 정도다. 램프는 크롬을 살짝 덧대 포인트를 줬다. 4개의 배기 파이프는 두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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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천연 가죽, 탄소 섬유, 원목, 알칸타라 등 다양한 소재로 장식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많은 편의기능을 모니터 하나로 제어하는 큐(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분에 간결한 레이 아웃이다. 완성도 높은 마감은 허술했던 과거 미국차의 인식을 바꿀 만하다.

편의품목인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풀 컬러로 운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며 룸 미러는 면적이 작지만 후방 카메라로 실시간 촬영한 영상을 보여줘 시야를 넓힌다. 거울 대신 모니터를 보는 느낌이어서 적응 시간이 필요하지만 원치 않으면 일반적인 룸 미러 기능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음향 시스템은 CT6 전용으로 개발한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이다. 곳곳에 심어놓은 34개의 스피커는 넓은 실내 공간을 맑고 풍성한 음질로 채우는데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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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인 만큼 뒷좌석 편의성이 뛰어나다. 레그룸은 경쟁 고급 세단의 롱 휠베이스 제품 부럽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다. 각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편엔 10인치 모니터를 장착해 다양한 미디어를 재생할 수 있다. 뒷좌석은 전동식으로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마사지, 열선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좌석마다 온도를 달리할 송풍구는 센터터널과 측창 위에 마련했다. 적재공간은 433ℓ로 기함치곤 작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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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V6 3.6ℓ 엔진은 5.2m에 가까운 거구를 가볍게 밀어붙인다. 동력 성능은 최고 340마력, 최대 39.4㎏·m을 발휘한다. 한편으론 오토 스톱&스타트 기능과 주행 조건에 따라 6개의 실린더 중 4개만 쓰는 기통 휴지 시스템을 적용해 연료 효율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실린더의 필요 범위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체감 상 느끼기는 어렵지만 계기판에 'V4', 'V6' 표시로 알 수 있다. 꾸준히 완성도를 높여온 8단 자동변속기는 깔끔하게 단수를 높인다. 구동계는 전자식 사륜구동으로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제어한다. 표시 효율은 복합 8.2㎞/ℓ(도심 7.2㎞/ℓ, 고속도로 9.9㎞/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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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제법 단단하다. 역동성을 강조한 스포츠 주행모드의 경우 독일차 못지 않다. 이미 주요 제품에 탑재돼 호응을 얻어왔던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은 1,000 분의 1초 단위로 노면을 감지해 각 바퀴의 댐퍼를 조절해 기대한 만큼의 주행안정성과 승차감을 보여준다. CT6는 주행 감성을 높이기 위해 대형 세단을 위한 오메가 플랫폼을 활용하고 알루미늄을 골격에 대거 활용하는 등 내적인 튜닝을 이뤘다. 더불어 주행 상황에 따라 뒷바퀴를 약 4°조향하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과 액티브 섀시 시스템 덕분인지 큰 차체임에도 앞뒤가 잘 조율된 상태에서 주행한다는 느낌이 와 닿았다.

주행지원 안전장치는 차선 유지 및 이탈 경고, 전방 추돌 경고, 전방 보행자 경고 등을 구성했다. 경고 상황이 발생하면 HUD, 모니터, 운전석의 햅틱 기능을 통해 경고한다. 진동의 강도가 강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이밖에 안전품목은 열감지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전방 장애물을 감지하는 나이트비전을 비롯해 360° 서라운드 비전 시스템 등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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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CT6는 캐딜락이 100여 년간 고집했던 것들을 세계적 흐름에 맞게 재구성한 새 플래그십이다. 경량화와 첨단 품목 탑재, 엔진 소형화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장도 즉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토인 미국에선 올해 7월까지 2,806대가 판매된 데 이어 고급 세단에 유별난 시각을 가진 한국에서도 그 동안 보기 힘든 수치인 사전 계약 400대 이상을 기록했다. 캐딜락은 국내의 경우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선택품목을 모두 기본으로 넣고, 미국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문을 두드린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대 가치를 우선하는 추세인 만큼 수입차 시장 침체 속에서도 캐딜락이 성장을 기대하는 배경이다. 그래서 올해 목표 판매대수는 지난해(886대)보다 두 배 가까운 1,600대로 잡았다. 이 가운데 CT6는 700대 정도다. 이미 지난달 91대가 등록됐고, 앞으로 월 200대가 꾸준히 나간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국차답지 않은 미국차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격은 프리미엄 7,880만원, 플래티넘 9,58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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