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에게 스웨덴 고텐버그는 '볼보의 땅'으로 불린다. 본사는 물론 공장, 연구소 등 회사의 근간이 되는 시설이 집중해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북유럽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볼보의 역사를 집약한 박물관의 조화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르포]스웨덴 고텐버그의 볼보 박물관을 가다


1995년 고텐버그 외곽에 문을 연 볼보 박물관은 볼보그룹과 볼보자동차가 공동 경영하는 덕분에 승용차, 상용차, 중장비, 항공, 선박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과 기술을 모을 수 있었다. 관람은 창업자인 아서 가브리엘슨과 구스타프 라르손이 소통하던 사무실을 재현한 곳에서 시작한다. 1927년 볼베어링회사 SKF 직원이던 가브리엘슨과 엔지니어 라르손이 세운 볼보는 이 곳에서 사업을 구상했고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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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펼쳐진 공간부터는 볼보차의 역사를 장식한 50여 대의 제품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기다리고 있다. 최초 양산차인 ÖV 4를 시작으로 PV444, P1800, 850, S80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차들이다. ÖV 4는 1927년 출시한 이후 트럭, 버스 등의 가지치기 제품을 더하면서 성장에 힘을 실었다.

안전에 대한 철학은 대중적이었던 클래식카에서도 배어 나온다. 폭스바겐에게 비틀이 있다면 볼보에겐 PV444가 있다. 이 차는 이중접합유리를 최초로 적용했으며,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고 높은 가격 대비 가치 덕분에 스웨덴의 국민차로 떠올랐다. 이어 PV444를 바탕으로 개발한 아마존은 1959년 세계 최초 안전띠를 갖춘 차로 유명하다. 현재 볼보차 안전띠 버클에 새긴 'Since 1959'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닐스 볼린이 발명한 최초의 3점식 안전띠는 지금의 것과 비교하면 볼품이 없지만 자동차안전철학의 시발점이다. 볼보는 안전띠를 보급하기 위해 특허를 전면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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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차 역사에서 P1800도 빼놓을 수 없다. 카로체리아 기아(Ghia)가 만든 2인승 쿠페 차체는 '가장 아름다운 볼보차'로 꼽힌다. 내구성도 높아 지난 2011년 약 450만㎞를 달린 차가 최장거리 주행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1966년 선보인 144는 충격흡수를 차체 설계에 반영하고 네 바퀴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해 '안전의 대명사'란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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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와 컨셉트카를 위한 별도의 코너도 마련했다. 레이싱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볼보차는 1928년 레닌그라드-모스크바 레이스 우승을 시작으로 소리없이 경력을 쌓아 왔다. 1960년대엔 아마존(122)의 성능과 내구성을 앞세워 유러피안 투어링카 챔피언십 등에 참가한 바 있으며 850 왜건을 레이싱에 출전시킨 독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인간 중심의 안전과 디자인을 지향했던 컨셉트카는 안전, 친환경을 앞세운 건 물론 한 때 '젊은 볼보차'의 상징이던 C30의 모체 SCC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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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산업화에 기여한 트럭, 건설장비도 박물관을 채웠다. 그룹의 주력분야이기 때문이다. 볼보는 초창기 ÖV 4 기반의 LV40 트럭으로 성장기틀을 닦았다. 이후 다양한 중공업회사를 인수했고 지금은 맥, 르노트럭, UD트럭 등 다양한 브랜드까지 거느리면서 업계를 이끌고 있다.



이 밖에 항공기, 선박 엔진 등도 함께 전시했다. 볼보는 자동차 외에도 항공, 선박용 엔진을 생산한다. 항공부문인 볼보에어로는 사브 자회사를 1941년 인수한 것으로 동력계, 구조물 등을 개발, 생산한다. 선박부문 볼보 펜타 역시 1935년 선박 엔진 제작사인 펜타 베르켄을 인수하면서 다양한 엔진을 만들어내고 있다.


볼보는 안전을 강조하며 묵묵히 성장해 왔다. 이런 분위기는 박물관에서도 여실없이 묻어났다. 화려하고 극적이진 않지만 '안전'에 있어서는 트렌드 세터 역할을 충분히 해 왔던 것. 전시제품마다 대부분 하나씩 안전과 관련된 타이틀을 갖고 있을 정도다. 최근엔 새 디자인 정체성과 제품력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나서고 있어 볼보가 앞으로 박물관을 어떻게 채워나갈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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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개장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4시다. 월요일은 5월1일부터 9월30일까지만 연다. 입장료는 성인 100크로나(한화 약 1만3,000원), 청소년 50크로나, 어린이 25크로나다.


고텐버그(스웨덴)=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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