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 비즈니스] 종이로 휴대전화·비행기 내장재·VR기기까지…'종이의 몰락'은 없다
많은 미래학자가 ‘종이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종이는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종이 소비량 통계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2009년 844만t이던 국내 종이 소비량은 2014년 949만t으로 5년 사이에 12.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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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제지산업의 지형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쇄용지 시장은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산업용지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백판지와 골판지가 주요 품목인 산업용지는 각종 제품의 포장재와 내장재, 박스 등으로 사용된다. 산업구조가 고도화할수록 다양한 산업과 영역에서 신제품이 나와 이들 제품을 포장하고 보관하기 위한 산업용지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택배 서비스를 위한 포장 박스 수요도 늘었다.

백판지와 골판지 등 판지류 생산량은 2003년 494만9100t에서 2014년 628만7149t으로 27.0%(133만8049t) 늘었다. 반면 지난 10년간 종이·판지 합계 생산량은 2003년 1014만7620t에서 2014년 1166만2279t으로 14.9%(151만4659t)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산업용지가 제지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 1위인 한솔제지는 2007년 29%이던 산업용지 매출 비율이 2014년 34.8%까지 늘어나는 등 산업용지가 수익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백판지와 골판지의 성장이 주목된다. 백판지는 주로 화장품과 의약품 등 다양한 상품을 포장하는 데 쓰인다.

‘종이의 반격’은 골판지·백판지 등 포장용지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종이가 다른 소재를 대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종이팩이 소주병을 대체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장난감 제조업체는 종이로 제작한 1회용 휴대전화를 개발했다. 두꺼운 종이에 전자회로를 인쇄한 종이 휴대전화다. 미세먼지조차 허락하지 않는 반도체 공장에서는 찢어도 종이 가루가 날리지 않는 무진지를 사용한다.

종이의 개념을 뒤엎을 만한 신기술을 적용한 첨단 종이도 등장할 전망이다. ‘메타 아라미드 페이퍼’로 비행기나 헬리콥터 내장재를 제조하는 게 대표적이다. 메타 아라미드 페이퍼는 화학섬유인 아라미드에서 나온 신소재다. 종이와 첨단 정보기술(IT)의 융복합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구글은 종이책에 가상현실(VR)을 적용한 상품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리텔링 기기’로 출원된 이 특허는 VR을 적용한 아동용 도서 관련 기술이다. 종이책에 소형 기기를 결합한 것으로 전자책과는 다르다.

신준섭 송담대 유통과 교수는 “종이는 첨단과학을 집대성한 소재”라며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여러 종류의 종이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완용 한경비즈니스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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