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우유의 품질은 국산 우유에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관세 양허가 된다면 충분히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초 국내 A유업체는 경영전략회의에서 한국산보다 질은 낮지만 가격이 싼 중국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우유업계의 위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라’는 대표이사의 지시가 있었다”며 “우유 수입도 그중 하나로 국가별로 현황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6억씩 손해보는 우유업계…"중국산 수입까지 검토"
이 회사가 주목하는 곳은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은 폰테라 등 글로벌 우유 기업들이 이미 진출해 있는 시장으로, 유기농 우유 생산 기술을 갖추는 등 최근 품질이 국내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으로 관세 양허가 이뤄진다면 운송비를 포함해도 국내의 ㎏당 가격보다 200원가량 싼 값에 우유를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A사는 전망하고 있다. 일본산은 유명 우유 산지인 삿포로 등 홋카이도 지역의 프리미엄 우유를 중심으로 수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 등 낙농 선진국에 직영 농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업체도 있다.

매일 6억씩 손해보는 우유업계…"중국산 수입까지 검토"
우유 회사들이 이처럼 해외에서 원유 수입을 꾀하고 있는 것은 업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유가공협회는 남양유업,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등 10개 회원사의 지난해 상반기 흰우유 부문 총영업손실이 35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상도 유가공협회 전무는 “하반기에도 영업 부진이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연간 기준 손실액은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업체들은 업계의 위기 원인으로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를 지목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전년도 원유 가격에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가격 결정의 중요한 한 축인 수요 변동은 무시한 채 공급 요인만 반영하는 구조다.

가격이 고정된 상태에서 수요 부진이 겹치자 유업체들의 재고가 쌓였고, 이는 다시 유업체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우유 회사들의 주장이다. 박 전무는 “분유 1㎏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만2000원인데 분유의 재판매 가격은 ㎏당 약 3000원”이라며 “지난달에는 하루평균 약 65t의 분유가 재고로 남아 매일 5억8500만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푸르밀과 비락우유는 공급받은 원유의 60~70%만을 사용할 정도로 재고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떨어져 공급량과 가격이 감소해야 하지만 유독 국내 우유 시장만 공급가가 ㎏당 1099원으로 고정돼 있어 시장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가격 규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인 우유 과잉 공급이 이어진 지난해 주요 낙농 선진국들은 원유 수매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뉴질랜드는 ㎏당 원유 수매 가격을 2014년 582원에서 지난해 298원으로 인하했다. 같은 기간 미국도 570원에서 394원으로 값을 내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