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진 맥킨지 디렉터 "전 세계 직원 협력…맥킨지엔 2만명 멘토 있죠"
“경영 컨설턴트라면 햄버거 가게 앞에서 줄을 설 때도 어떤 방식으로 줄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해야죠.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과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항상 해야 합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이용진 디렉터(사진)는 16일 서울 순화동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내 인생은 의심과 개선책 찾기의 연속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맥킨지 디렉터로 임명됐다. 디렉터는 일반 기업에서는 사장급으로 맥킨지에서 컨설턴트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 직급이다. 전 세계 맥킨지 직원 2만여명 가운데 디렉터는 500여명이다.

그는 원양어선사업을 하던 부모를 따라 세 살 때인 1978년 남아메리카 수리남으로 이민을 갔다. 부모 사업은 승승장구했지만 인구 30만명의 수리남은 그의 꿈을 펼치기에 너무 좁았다.

어머니와 열세 살 때 미국 마이애미주로 옮겨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가 선택한 곳은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그는 틀에 박힌 연구소 생활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싶었다. 이 디렉터는 “프로젝트마다 업무와 업종이 변하는 컨설턴트는 내가 찾은 진로의 해결책이었다”고 말했다.

1997년 맥킨지 보스턴사무소에 입사한 뒤 2001년 실리콘밸리 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그는 미국의 닷컴거품 붕괴 시기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거래를 조언하면서 업력을 쌓았다. 2003년에 서울사무소로 옮긴 후에도 통신과 IT 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IT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 디렉터는 “앞으로 한국의 통신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유럽 통신시장과 비슷해질 것”이라며 “P2P(peer to peer·개인 간 연결) 시스템을 통해 통신을 공급하는 일부 서유럽 기업들처럼 국내 기업들도 유통혁신을 통한 비용절감 노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직이 잦은 컨설팅업계에서 이 디렉터는 16년 동안 맥킨지에만 근무했다. 그는 맥킨지가 세계 컨설팅업계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 이유로 협조를 강조하는 문화와 평가시스템을 꼽았다.

이 디렉터는 “맥킨지는 다른 업체와는 다르게 글로벌 차원에서 성과를 평가하기 때문에 전 세계 사무소들과 협조가 잘 이뤄진다”며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힐 때 자문할 수 있는 2만여명의 멘토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킨지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2000~2003년 서울사무소 대표를 지낸 도미닉 바턴 맥킨지 글로벌 회장도 한국 기업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