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황우석 트라우마 여전한가
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서울대 교수에서 물러난 황우석 박사(수암생명공학연구원 최고기술책임자)의 단독 인터뷰 기사가 지난 11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나온 뒤 인터넷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황우석 사태’ 이후 생긴 규제 가운데 과도한 것들을 없애는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황우석 박사 관련 의견 분분

한국사회 황우석 트라우마 여전한가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황 박사 인터뷰에 대한 댓글이 1000여개가 달렸다. 다음에서는 ‘네티즌이 많이 본 뉴스’ 2위에 오르며 한때 메인 화면에 기사가 올랐다. 닉네임 woojd32는 “생물을 다루는 연구에서 윤리적 신뢰를 잃어버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반성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당신으로 인해 입게 된 국가적인 불신과 신뢰 손상을 반성해라(토톨이 님)’, ‘유럽과 미국 학회에서 한국의 연구 성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ASIALE 님)’는 등 ‘황우석 사태’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황 박사의 개인적인 잘못과는 별개로 줄기세포 연구 자체가 위축되는 것에 대해서는 염려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황우석은 분명 잘못했지만 연구는 국가적으로 이어가야 했다(이상준 님)’, ‘개인의 잘못은 개인이 책임지면 되고 학문 연구는 학문 연구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안치수 님)’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줄기세포 연구 종사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마라나타 님)은 “배아줄기세포는 먼 미래의 기술”이라며 “성체줄기세포를 적재적소에 잘 이용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연구 규제 합리화해야”

‘브릭(BRIC)’으로 알려진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 사이트에도 의견이 올라왔다. 브릭은 2006년 황 박사 논문의 사진 조작을 밝혀낸 젊은 연구자들의 커뮤니티다. 게시판에는 “황 박사가 세계 최초 운운하며 줄기세포로 병을 낫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은 분명 만용이고 잘못된 것이지만 연구 자체를 못 하게 막아서는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당사자(황 박사)가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고 반성한 적이 없다’거나 ‘황 박사는 싱싱한 인간 난자를 사용해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줄기세포 연구는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내놓았다. 치매 연구 분야의 국내 일인자로 꼽히는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치매처럼 딱히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경우 안전성만 확보되면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이나 영국, 중국처럼 시험관 수정시술을 시도하고 남은 난자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에그 셰어링(난자 공유제도)’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석 사태’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은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등 좀 더 다양한 연구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황 박사에 대한 기사가 나가면서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정부에서 줄기세포 연구나 상용화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한 바는 없지만 이제는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우석 관련 전문가 반응

“치매 등 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 규제완화 필요”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교수)

“수정 시술 시도하고 남은 난자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에그 셰어링 도입해야”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관계자)

“원천기술 등 다양한 연구에 대한 투자 진행을”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소장)

◆황우석 관련 네티즌 반응

“생물을 다루는 연구에서 윤리적 신뢰를 잃어버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woojd32)

“황우석이 분명 잘못했음에도 연구는 이어가야 했다” (이상준)

“배아줄기세포는 먼 미래의 일…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이어져야” (마라나타)

조미현/이준혁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