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준칙’을 만든 존 테일러 미 스탠퍼드대 교수가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통화정책이 적정금리 수준을 크게 밑돌아 과도하다”고 비판한 대목은 주목을 끈다. 가장 저명한 통화이론가라는 점에서 그의 어제 홍콩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총회연설은 세간의 비상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테일러 준칙에 따르면 지금 미국의 적정금리는 연 1.25% 수준이지만 Fed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더 떨어뜨린 0.25%로 운용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이런 시장간섭적 통화정책이 도리어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테일러 준칙은 물가와 성장률을 바탕으로 적정금리를 결정하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원리다. 테일러 교수는 물가와 성장률이 트레이드 오프(trade-off·상쇄) 관계가 있다는 데 주목해 이들을 합쳐 적정금리를 구하는 해법을 찾아냈다. 구체적으로 물가갭(실질물가상승률-목표물가상승률)과 GDP갭(실질경제성장률-잠재경제성장률)에 각각 가중치를 둬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 원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칙만큼이나 거시경제학에서는 중요한 법칙이자 철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이 원칙이 만들어진 6년 뒤인 1998년부터 금리 결정에 이 원칙을 활용했고 대부분 중앙은행은 이 테일러 준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영해왔다.

테일러 교수는 시장중심 원칙주의자며 포퓰리즘을 거부하는 학자로도 유명하다. 통화정책이 정치권 변덕에 따라 흔들리는 것을 가장 혐오하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일정한 준칙을 만들고 이를 의회에 제출해 지키도록 한다는 원칙을 제안했던 것이다. 준칙을 어기면 벌칙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무엇보다 미 정부와 Fed의 간섭주의적 재정 통화정책 때문에 경기회복이 더 느려졌다고 개탄한다.

LG경제연구원이나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테일러 준칙을 활용해 국내 적정금리를 추정한 데 따르면 한국의 적정금리는 연 1.76%대(현대)여서 아직 인하여력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에야 겨우 금리를 소폭 인하해 현재 연 2.25%다. 한국은행이 테일러 준칙을 활용하는지도 궁금하다.